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규제완화와 보험의 필요성


손병두 금융위 국장1


유난히 사고가 많았던 갑오년 한 해가 저물어간다. 연초 카드 3사의 신용정보 유출부터 4월 세월호 침몰, 10월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까지 온갖 대형사고가 한 해에 다 겹친 느낌이다. 큰 사고들을 겪으면서 드는 두 가지 생각이 있다. 첫째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것이고 두 번째는 보험이 제 역할을 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이슈는 아니다. 고도 성장기에 안전과 원칙보다는 속도와 변칙이 오랜 시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왔다. 카드사들이 외주업체 관리 감독의 기본 틀을 지켰더라면, 세월호 선장이 운항과 승객 탈출의 기본을 지켰더라면, 판교 행사 주최 측이 시설물 점검의 기본을 지켰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두고두고 가슴을 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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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한다. 사고를 유발한 사람이 막대한 배상책임을 지게 되는데도 보험 가입을 등한시해 결국 국가가 뒷감당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판교 사고의 경우 행사보험 가입도 돼 있지 않았다. 사고 후 배상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주최 측이 보험에 가입해 보험사에 단 한 번의 안전점검 조치만 의뢰했더라도 불행한 사고는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다사다난한 가운데 규제 완화는 올해의 또 다른 화두였다. 특히 천송이 코트로 상징되는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 해소를 위한 여러 조치들이 취해졌다. 온라인 카드 결제시 공인인증서 의무 사용이 폐지됐고 간편결제 수단이 확대됐으며 내년부터는 액티브엑스 설치 의무도 폐지된다. 민관협의체를 통해 핀테크, 즉 금융과 정보기술(IT)의 융합 추세에 발맞춘 규제 체계 개편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종래의 전자금융 규제 체계가 사고 예방을 목표로 하는 과도한 사전개입이었다면 앞으로는 민간 자율을 기초로 하되 사후책임을 엄격히 묻도록 규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다.

사후책임 강화는 다시 보험의 역할을 주목하게 한다. 사이버상의 사고는 피해 규모가 클뿐더러 미리 예측하기도 어렵다. 사전규제보다 사후책임을 더 묻는 선진국의 경우 금융사가 사고 발생에 대비해 미리 사이버 배상책임보험 등에 가입하는 것이 활성화돼 있다. 우리도 최근 정보유출배상책임보험의 의무화 논의가 시작된 바 있다. 자율과 책임 중심의 선진 규제 체계 이행을 위해 보험의 마중물 역할이 어느 때보다 시급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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