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사스(SARS)가 주는 경고메시지

전쟁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 전세계에 급속도로 퍼져가고 있다. 처음 `괴질`로 불리기 시작했던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말 그대로 치료법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감기 바이러스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바이러스로 변모하게 된 것은 동물에서 발견되는 치명적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전이돼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생활 어디서나 존재하며 새로운 바이러스와 인간이 공존하기 위해 서로 적응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게 되는 것이 바로 괴질(怪疾)이다. 그런데 왜 90년대 이후 이런 괴질이 자주 나타나는가. 우선 자연환경의 파괴와 물질주의로 치닫는 인간의 생활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각종 농약과 제초제ㆍ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사용된 사료를 먹고 자란 가축들과 각종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산성비, 오존층 파괴 등은 이제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생존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지난 2001년 전세계를 휩쓴 인간 광우병에 이어 사스의 공포는 인간이 두려움 없이 환경을 조작했을 때 그 피해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극명한 사례인 것이다. 특히 환경호르몬으로 통용되고 있는 내분비 교란물질은 `생명체의 정상적인 기능에 영향을 주는 체외 화학물질`을 말하는 것으로 인체 내 호르몬 균형을 교란시키거나 호르몬의 움직임을 저해, 사스 바이러스와 같은 돌연변이를 쉽게 일으키게 한다. 또 다른 사스의 원인으로는 인체의 근본적 치유력이나 면역력을 약화시키고 외부의 인위적 물질에 의존하게 만드는 질병산업(질병예방보다는 사후치료만을 하는 산업)을 들 수 있다. 현대의학은 스테로이드제제나 항생제 등으로 인간의 질병을 억제해왔고 결과적으로 인체의 자연 치유력이나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이들 약품의 오ㆍ남용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나고 있긴 하지만 이미 주위에서 쉽고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의료환경은 그 심각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 의회는 최근 한 보고서에서 “전세계 항생제의 절반이 가축에게 사용되는데 이 항생제의 80%가 불필요하다. 이로 인해 인간의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미국에서 매년 소비되는 2만톤 이상의 항생제 중 40% 이상이 농ㆍ축산업에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늘 먹고 있는 과일이나 채소ㆍ육류를 통해 내성이 생긴 바이러스나 세균에 인체가 무차별적으로 노출돼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괴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인체에는 전혀 새로운 것이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면 면역체계가 강력하게 반응한다. 강한 면역체계를 가진 사람은 스스로 바이러스와 싸워서 이겨 가벼운 증상 정도로 지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어린이나 노약자ㆍ만성질환자와 같이 면역체계가 저하된 경우 바이러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고열이나 염증이 발생, 호흡곤란 증세까지 일으키게 된다. 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된다고 해서 누구나 다 질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스뿐 아니라 각종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 바이러스의 종류는 다양하며 개인의 건강상태와 면역상태에 따라 증상이 매우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사스로 인한 사망자의 대부분은 괴질감염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았거나 또는 괴질을 앓기 이전부터 다른 병이 있었거나 건강상태가 극히 안 좋은 사람들이었다. 따라서 바이러스에 대한 신체저항력, 즉 면역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괴질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최상의 면역력을 만들기 위해 `아무거나 잘 먹기`보다는 `가려 먹기`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눈앞의 편리함에 매달리다 생명의 씨를 말리는 짓을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 우리 몸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섭리에 의해 형성됐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자연물을 섭취하는 것은 생명유지 섭생의 근본이다. 친환경적 먹거리와 가공을 최소화한 먹거리가 인간을 사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매일 식사를 통한 영양섭취에 의해 재생되고 유지되기 때문에 영양불균형은 감염성 질환ㆍ질병의 발생과 사망률 증가는 물론 면역기능 손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식품은 열량뿐만 아니라 비타민ㆍ무기질ㆍ호르몬 등 적은 양이지만 생리적 활성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면역계를 포함한 체내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면역기능은 영양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유기농법으로 재배된 채소ㆍ과일ㆍ버섯류나 이들의 가공을 최소화한 생식과 같은 경우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이 충분히 함유돼 있다. 특히 육류나 패스트푸드ㆍ인스턴트식품으로 과점돼 있는 우리의 식생활에서 채소ㆍ과일ㆍ해조류 및 버섯류 등은 영양의 균형을 찾아주는 열쇠가 될 수 있다. 균형된 영양공급을 통해 우리 스스로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힘, 신체저항력(면역력)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 괴질을 예방하고 이겨내는 근본적인 방법이다. <박미현 이롬라이프 생명과학연구원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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