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지속적인 실업률 증가가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소비자들이 기존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리파이낸싱이 크게 위축된데다 고용 시장도 호전기미를 보이지 않자 7월 미국의 소비자 신뢰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 소비자 신뢰지수 하락은 미국 경제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내수 시장의 위축을 의미하는 것이다.
미국 컨퍼런스 보도는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지난 달 83.5에서 크게 하락한 76.6을 기록했다고 29일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치 85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이라크 전쟁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3월 61.4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소비자신뢰지수가 급락한 것은 시중 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고용 시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이 모기지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며 그 동안 저금리 기조에서 가계의 금융부담을 줄여줬던 리파이낸싱이 불가능해졌고,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 모기지 금리 상승은 또한 부동산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 가계 자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 모기지 금리는 국채 금리 급등에 따른 영향으로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며 지난 주 30년 만기 대출의 경우 5.94%를 기록, 한달 새 0.7%포인트나 올랐다. 특히 이날 경제에 부정적인 소비자신뢰지수 발표에도 불구하고 미 국채는 물량 부담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수익률이 1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 모기지 금리 상승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고용시장이 호전되지 않고 있는 점 역시 소비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실제로 컨퍼런스보드 조사에서 일자리 찾기가 어렵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33.1%를 차지,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 6월 6.4%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데 이어 7월 실업률 역시 크게 좋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린 프랑코 소비자연구센터 소장은 “노동시장이 호전되기까지 소비자들의 기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은 경기가 어느 정도 좋아진 다음에 호전되는 후행성 지표인데다 소비자신뢰지수 하락이 반드시 소비 감소와 직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 상황에서 경제 위축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윤석기자 yoep@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