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병원 실습 어쩌나…" 애타는 보건특성화고교

방학때 실습 시간 못채우면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못해

고교졸업 후 취업도 불가능… 교내실습 대체 등 대책 필요

16일 오후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에서 방역복과 고글을 착용한 의료진이 고열로 선별진료소에 온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 특성화고 교감인 A씨는 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관련 뉴스부터 챙겨보는 게 주요 일과다. 학교로의 질병 전파 우려 외에도 A씨를 옥죄는 것은 코앞으로 다가온 보건간호학과 학생들의 병원 실습 문제다. A씨는 "여름방학 간호조무사 교육실습 등 학교정책을 선행해 확정해야 하는 입장에서 메르스가 장기화돼 잠이 안 온다"며 "특성화고 관련 정부대책은 나온 게 없어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교육계에 따르면 메르스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름방학 병원 실습을 앞두고 있는 전국 43개 보건 관련 특성화고등학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건 관련 특성화고는 2~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해 방학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병원 실습을 진행해왔는데 올해는 메르스 사태 여파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각 학교들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지난 학기 초 이미 학생들을 교육할 병원 선정을 마무리했다. 다음달 초 간략한 면접을 겸한 학생들의 병원 방문을 거쳐 기말고사 종료 직후인 7월20일께부터 전국 각지 병원에서 실습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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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학교는 특히 위탁병원 선정이 대부분 마무리된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더 번지거나 추가적인 병원 폐쇄가 이어질 경우 학생들을 교육할 '안심병원'도 찾기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방학 실습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간호조무사 자격증 시험에 응시할 수 없고 고교 졸업시 취업도 불가능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반드시 실습이 필요하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에서 실습병원을 지정해주거나 교내 실습 등으로 대신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아직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고교 중 간호보건학과를 운영하는 학교는 모두 43개로 시도 교육청 산하 산업정보학교(일반고 위탁직업학교)와 학력인정시설(고등기술학교 등) 4~5개를 제외할 때 모두 보건간호학과를 설치했거나 보건전문으로 운영되는 특성화고등학교들이다. 서울 지역 6개 특성화고교와 1개 정보학교를 포함해 전국에서 약 7,700여명의 고등학생들이 보건 관련 학과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이들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종합병원·병원 교육 400시간을 포함해 전체 학과교육시간(740시간)에 상응하는 총 780시간의 의료기관 실습을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2~3학년 학생들은 방학마다 인근 병·의원으로 흩어져 실습을 할 수밖에 없어 2~3학년 8개 학급으로 구성된 A고교의 경우 학생들이 교육 받는 실습병원 숫자만 줄잡아 40~50개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특성화고 학생들의 병원 실습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만큼 유관부처와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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