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말 뿐인 협업


지난 2일 앞으로 공공기관장을 평가할 때 기관에서 발주한 공사의 재해를 반영한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산업재해가 잦은 공공기관의 장은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다. 최근 건설공사 현장에서 대형재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안전행정부·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부처 합동으로 '건설현장 재해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 기사는 결론적으로 오보임이 밝혀졌다. 부처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부처에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 오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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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 평가를 주관하는 기재부는 "우리 부처에서 합의를 한 사안이 아닌데 보도가 나와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종합대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는 안행부는 아예 "우리 부처는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발을 뺐다. 산재예방 정책을 주도하는 고용부는 "부처 간 의사소통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공공기관장 평가에 관한 부분은 추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부처 간의 불통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활성화 대책에서도 부처 간 불통이 드러난다. 고용부는 공공기관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뽑아야 하는 청년 일자리는 시간제로 뽑지 않도록 공문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데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시간제 채용과 청년의무고용을 같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률 70%를 담당하는 두 주무 부처 간에 의견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근혜 정부 들어 부처 간 칸막이 해소를 강조하면서 범부처 합동TF 등 협업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드웨어적 여건은 개선됐지만 아직 소프트웨어, 즉 의식 변화는 이를 못 따라오는 듯하다. 위 사례에서 보듯 부처 간 협의가 원활하지 못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설익은 결과물을 다른 부처의 탓으로 돌리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일반 국민의 입장에선 부처의 이름이 어떻든 결국 정부라는 한 몸으로 인식한다. 부처 간 좀 더 유기적이고 화학적인 시너지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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