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펀드의 비씨카드 지분인수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신용카드 프로세스를 대행하는 비씨카드의 독특한 주주구성 때문에 보고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잔여지분을 동시에 매입해야 하는데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주주은행들이 지분매각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서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비씨카드의 최대주주인 우리은행과 신한금융지주는 보고펀드에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비씨카드) 지분을 단기간 내에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은행 안에서 카드사업을 지속하려는 우리은행으로서는 독자적인 카드영업 네트워크가 부족한 상황에서 비씨카드를 통해 얻는 국내외 시장정보와 서비스를 놓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에서다. 또 지분매각을 위해서는 예금보험공사와의 협의가 필요할 뿐 아니라 매각가격 산정시 ‘헐값매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도 지분매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6년 3월 보고펀드가 비씨카드를 인수하기 위해 우리·하나은행 등과 지분 양수도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나 무산됐다”며 “보고펀드로부터 지분매각과 관련한 공식적인 접촉도 없었고 들어온다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매각할 뜻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우리은행의 결정을 주시하며 “현재로서는 지분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신한지주의 한 관계자는 “보고펀드 측에서 지분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요청도 없었다”며 “향후 시장추이와 업계동향 등을 살핀 후 매각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무기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보고펀드의 지분확보보다 비씨카드의 중장기 사업전략 변화에 보다 관심을 두고 있다”며 “비씨카드의 기업공개(IPO) 시점이 결정되면 매각가도 높아질 수 있어 (지분매각과 관련된)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이나 외환·기업·한국씨티·부산·경남은행 등 나머지 주주은행들의 입장도 비슷하다. 특히 독자 채널을 구축할 예정인 농협이나 기업은행의 경우 비씨카드와 전략적으로 중요한 관계인 점 등을 고려해 지분보유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독자적인 브랜드가 없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비씨카드의 네트워크를 벗어나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며 “카드사업 분사를 결정하지 않은 은행들은 비씨카드 지분을 매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