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경제지표가 불황신호를 보내고 있다. 내수소비가 외환위기후 최악으로 떨어졌고, 재고증가율은 5년만에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생산과 출하는 다소 늘고 있긴 하나 소비 급감과 재고누적으로 투자는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월중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도소매 판매는 백화점 판매와 소매부문의 판매부진으로 전년동월보다 1.8% 감소했다. 도ㆍ소매판매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전인 98년12월(-3.6%)이후 50개월 만에 처음이다. 도ㆍ소매판매 증가율도 -5.4%까지 떨어졌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1월(-7.3%) 이후 최악이다. 특히 내수부진에도 줄곧 증가세를 이어온 할인점 판매도 전년동월대비 12.4%나 감소했다. 할인점 판매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통계청이 관련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1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가 위축될수록 사람이 몰리는 할인점마저 경기하강을 겪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생산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이 계절적 요인에 힘입어 전년동월보다 10.2% 증가하긴 했다. 김민경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에는 2월에 있었던 설이 올해는 1월에 끼어 있어 조업일수가 늘어나 생산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증가로 출하도 7.8% 늘어났다.
그러나 투자는 -4.0%로 전월(-7.7%)에 비해 감소세가 둔화됐을 뿐 여전히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김 국장은 "계절적 요인으로 생산과 출하가 늘었지만 소비가 감소해 재고부담이 늘어난 기업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 이후의 경기전망을 나타내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는 3.3%로 10개월연속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는 전월보다 1.1%포인트 낮은 수치로 향후 경기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또 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전월보다 0.5포인트 감소한 100.4로 나타났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대비 감소한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경기순환국면에서도 하락신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편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경영계획을 조사한 결과 설비투자와 생산, 고용, 자금 등 각종 지표의 악화추세가 심화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심각한 수준임을 반영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