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영국 영란은행(BOE)이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가운데 가장 빠르게 연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관측도 사그라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역시 초완화 기조 철회와 관련해 특히 앞으로 몇 달의 소비 추세를 예의 주시할 것으로 관측됐다. 소비가 임금 추이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BOE는 13일(현지시간) 분기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공개하고 올해 예상되는 임금 인상폭을 기존 2.5%에서 1.25%로 대폭 낮췄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임금 상승이 매우 미미해 경제 취약성에 대한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BOE 통화정책이사회(MPC)가 앞으로 “임금과 노동 비용 증가 추세를 특히 주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BOE는 그러나 실업률 중기 전망치는 6.5%에서 5.5%로 하향 조정했다. 또 지난 5월 3.4%로 전망된 올해 성장치를 3.5%로 소폭이나마 높였다. 올해 인플레도 BOE 목표치인 2%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마킷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인상 전망치를 하향한 것은 내년 초까지는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임금 상승세가 확실해져야 BOE가 움직이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HSBC의 엘리자베스 마르틴스 이코노미스트도 “MPC 내 견해가 다양하겠으나, 특히 미미한 임금 상승에 여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따라서 “연내 금리가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계속 판단한다”고 밝혔다.
영국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수치도 보너스를 포함한 임금이 지난해보다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감소는 5년 사이 처음이다.
연준도 임금에 발이 묶여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미즈호 은행의 뉴욕 소재 시린 하라즐리 전략가는 블룸버그에 “미국의 소매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면서 “소비가 위축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날 7월 소매 판매가 전달과 같은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이 전망한 0.2% 증가에 못 미친 것이다. 이로써 지난 6개월 이어진 증가세도 멈췄다.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부진한 것은 경제가 여전히 취약함을 뒷받침한다. 블룸버그는 임금 정체가 소비 부진의 주요 요소라면서 이것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낙관론도 존재한다. 뉴욕 소재 TD 증권의 밀런 뮬레인 차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노동시장 호조가 완연하다”면서 따라서 “다른 지표들도 회복세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에 몇 달 후면 소비가 눈에 띄게 회복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