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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STX그룹이 3일 지주사인 (주)STX와 STX중공업, STX엔진 등 3개사까지 산업은행에 '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형태인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이와 함께 보유중인 STX에너지 지분(43.15%)도 국내 사모펀드에 넘기고 4,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수혈하는 등 STX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3일 산업은행과 STX 등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STX조선해양에 이어 지주사인 (주)STX와 STX중공업, STX엔진과도 별도의 자율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앞서 STX그룹은 지난 주 (주)STX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들에 대해 자율협약을 체결해 줄 것을 산은에 요청했고, 산은은 STX그룹 계열 전반의 재무상황을 점검하면서 자율협약 요청을 수용할지 여부를 검토해 왔다.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STX그룹의 자율협약 체결 대상 계열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음에 따라 STX 구조조정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채권단의 동의가 이뤄지는 대로 이미 자율협약이 개시된 STX조선해양처럼 이들 3개사에 대한 정밀 실사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채권단 공동관리가 사실상 그룹 전체를 겨냥하고 있고 향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STX그룹 입장에서는 3개사가 자율협약 체결 대상에 포함됨에 따라 채권단으로부터 긴급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게 됐다. (주)STX는 현재 보유중인 현금이 바닥났고 직접금융 조달도 막힌 상황이어서 오는 14일 만기인 회사채 2,000억원을 상환 또는 차환하지 못하면 부도에 직면하는 상황이었다.
(주)STX는 추가로 올해 연말까지 2,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채권단의 자율협
약이 체결되면 이 역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올해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없다. 하지만 핵심사업이 STX조선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선박엔진 부품과 선박기자재를 생산하는 STX중공업은 매출의 95% 이상이 STX엔진 등 그룹 내 계열사에서 발생하고 있고 STX엔진도 매출의 35%를 그룹 계열사에서 내고 있다. 두 회사는 STX조선 등 계열사로부터의 매출채권 회수가 어려워지면서 대출 원리금을 연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STX중공업이 306억원, STX엔진이 792억원을 연체 중인데 채권단 지원으로 해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의 한 관계자는 "STX그룹 주요 계열사들로 자율협약 체결 대상을 확대한 것은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면서 "조선업황의 부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STX그룹의 자체 노력만으로는 현재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없다고 보고 결국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를 통한 경영정상화에 나서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STX그룹은 이날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에 ㈜STX가 보유한 STX에너지 지분 43.15%를 전량 매각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로써 STX는 이번 지분매각으로 4,000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게 됐다.
STX에너지 지분은 현재 일본 금융회사 오릭스가 50.1%를, ㈜STX가 43.1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오릭스는 지난해 말 STX에너지 지분과 교환사채(EB) 등을 취득하며 STX에 3,6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최근 교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해 지분 6.95%를 추가, 50.1%의 지분율로 STX에너지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강덕수 STX 회장은 오릭스 보유지분 6.95%를 되사겠다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오릭스 측에 통보해 놓은 상태다. STX는 오릭스로부터 매입할 지분 6.95%의 의결권을 위임해 한앤컴퍼니에 경영권을 양도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STX가 자금난을 해소하는 한편 STX에너지의 경영권이 오릭스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국내 사모펀드에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오릭스는 ㈜STX가 보유한 STX에너지 지분을 매각할 때 오릭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양측 간 법적분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STX 관계자는 "법무법인에 문의한 결과 지분 매각에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아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이 중국에 설립한 조선소인 STX다롄조선과 유럽 계열사인 STX프랑스ㆍSTX핀란드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STX 관계자는 "STX조선해양이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으면 해외 계열사 매각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