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정부 물가관리에 눈치보던 기업들 가격인상 저울질

음료 "이대로 가다간 적자" 인상 물꼬<br>밀가루 등 식품업계 전반 확산 가능성<br>원자재값 계속 올라 "가격 탄력 적용" 목소리<br>연말까지 한시 인하 우유 원상 회복 점치기도

본격적인 김장철을 맞아 7일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상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이날 마늘 공급 가격 인하, 무·배추 직거래장터 개설 등의 물가대책을 내놓았지만 근본적인 안정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우한기자



서민물가의 바로미터인 식음료 제품 가격이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물가관리 의지에 막혀 눈치보기에 급급했던 기업들이 "더 이상은 힘들다"며 내부적으로 가격인상을 저울질하는 분위기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음료ㆍ라면ㆍ밀가루ㆍ우유 등의 제품에서 실질적인 가격인상 조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음료가 가격인상 물꼬=일단 가격인상의 총대는 음료업체들이 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이 펩시콜라와 주스류 등의 도매가격을 올렸다. 대리점이 일반 슈퍼 등에 공급하는 가격이 오른 만큼 소비자가격의 연쇄적인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는 최근 코카콜라가 과당 가격 인상을 이유로 대형마트 등 소매업체에 제공하는 암바사ㆍ환타ㆍ파워에이드ㆍ조지아커피 등 13개 품목의 박스당 공급가를 평균 6% 올린 데 이은 것으로 음료업계에 적잖은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음료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부분의 업체가 최근 3~5년 새 적자를 냈을 정도로 경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가격통제로 어려움이 가중돼왔었다"며 "메이저 업체가 총대를 멘 만큼 나머지 회사들도 가격인상 폭을 저울질하지 않겠느냐"고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다만 "최근 가격담합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서슬이 퍼레 당장 액션을 취하기는 부담스런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분ㆍ제당업체, "못 살겠다. 연초가 분수령"=요즘 식품소재 업계 사람들은 "제당ㆍ제분은 사회공헌 혹은 보시(布施) 사업"이라는 뼈 있는 농담을 한다. 곡물을 원료로 한 소재식품 사업에서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0%나 되지만 의지대로 제품가격을 올릴 수 없는 현실을 자조적으로 빗댄 표현이다. 원당의 경우 지난 2월 1파운드당 30.40센트로 30년래 최고치를 경신한 후 안정세를 찾는 듯싶더니 9월부터 급등세에 다시 발동이 걸리며 30센트를 오르내리고 있다. 원맥 가격도 1부셸에 750센트를 웃돌며 상반기 대비 2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의 3ㆍ4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30%가량 줄어드는 등 관련 기업의 실적은 악화일로에 있다.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작물 작황이 좋지 않고 달러약세에 따른 상품시장의 투기수요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올 여름 급등한 원료가격이 제품에 반영되는 내년 1ㆍ4분기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분업체의 한 관계자는 "환율 등 변수가 있기는 하지만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일부 사업 부문은 연말부터 적자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가격의 탄력 적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밀가루의 경우 2008년 이후 세 번 연속 가격을 내려 누적 인하율이 21~32%"라며 "업체들이 내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내년 1ㆍ4분기에는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거들었다. 밀가루 가격이 오르면 빵이나 라면 등의 가격도 연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식품업계 전반으로 가격 오름세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유ㆍ라면 등도 인상 가능성=우유제품의 가격 '원상 회복'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우유ㆍ남양유업 등은 9월 중순께 앞다퉈 주요 제품에 대해 7~8% 인하를 단행했다. 업체들은 당시 가격인하 시한을 연말까지로 못박아 제품의 가격인상 시점은 한 달도 채 안 남은 셈이다. 서울우유의 한 관계자는 "겨울철이 비수기라 내린 가격을 계속 유지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당초 방침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해 가격의 원상 복귀에 무게를 뒀다. 올 하반기에 이익이 반토막 난 라면업체의 경우 상대적으로 사업 다각화가 덜 된 곳일수록 내년 초순께 가격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식품 기업들이 자사의 주력 사업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정부의 가격통제로 주력 사업의 마진이 갈수록 나빠진 탓도 있다"고 불만 섞인 고충을 토로했다. 다만 다행스런 점이라면 전반적인 경기호전으로 매출이 늘어 이익률 하락을 벌충할 여력이 되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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