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위기의 양대 노총

11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복수노조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 1일 이후 설립된 신규노조 10곳 중 8곳이 양대 노총에서 분화됐다. 여기에 민주노총에서 분화된 노조 64곳 중 조합원이 과반수인 곳이 21곳(32.8%)라는 점도 놓쳐서는 안될 듯하다. 이미 제3노총을 준비하는 새희망연대(가칭) 측은 노총 출범을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특히 이들은 복수노조 시행 후 생긴 대부분의 노조들이 상급단체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고무됐다. 167건의 설립신고 중 150건이 미가맹 노조다. 실제로 일부 지하철 노조 등에서는 제3노총 가입을 위해 복수노조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심으로 이뤄져 오던 노동운동에 일대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제3노총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얼마나 잘 수용할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으로 양대 노총의 영향력은 약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는 파행 중인 최저임금위원회가 양대 노총 간 선명성 경쟁의 장이 된 데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사용자 대표와 공익위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고 논의 구조에 대한 문제점도 상당하다. 하지만 민주노총 소속 위원 4명은 지난달 29일 공익위원들의 조정안이 너무 낮다며 한국노총에 특별한 언급 없이 퇴장했다. 이에 한국노총 소속 위원 5명은 1일 공익위원들이 수정 제시한 조정안에 반발하며 사퇴서를 제출했다. 양대 노총 모두 노동자들을 위한다지만 투쟁 방법과 노선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진정으로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를 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자 사용자 측을 대표하는 경총은 '최저임금위 파행은 양대 노총 선명성 경쟁 때문'이라고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제3노총 출범과 복수노조 시행은 양대 노총에게는 위기일 것이다. 그리고 기회일 수도 있다. 노동운동의 변화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양대 노총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잘 대변해왔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앞으로의 운동 방향을 정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상황이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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