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송현칼럼] 세계경제 먹구름 걷자

극작가들이 극본을 구성할 때면 제1막은 쉽게 쓰는 반면 제2막부터는 머리를 싸맨다.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촌 경제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불과 1년 전타이의 경제기적이 갑자기 멈추면서 화려한 제1막은 도전에 직면했다. 아시아에 금융공황이 시작됐고 그 전염병은 즉시 말레이시아.싱카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 등으로 확산됐다. 이어 한국.일본.홍콩, 그리고 중국도 새로운 `아시아 독감'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와 중남미에 이어 최근 러시아마저 루블화를 34% 절하했음에도 불구, 금융공황에 빠져드는 등 세계가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경제가 호황을 지속하는 동안에는 세계경제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처음 아시아에 디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좋은 조짐이라고 낙관한 월가의 경제예측가도 있었다. 이들은 아시아산 제품의 급격한 가격하락이 미국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월가에서 시작돼 유럽 주식시장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주식시장의 거품을 누그러뜨리는 데도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촌 경제 드라마가 97년 중반 막을 바꾼 뒤에도 유러화와 유럽 중앙은행의 출범에 대한 장밋빛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과열된 미국경제는 조정이 필요한 반면 만성적인 실업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은 통화통합을 전기로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98년이 시작된 시점에서 이같은 장밋빛 희망은 너무 낙관적인 듯보였다. 미국의 연착륙, 오랫동안 기대했던 유럽의 경제회복이 필요한 시점에 아시아가 `정실 자본주의'로 국가부도 상황에 빠져들면서 기업과 은행들이 서방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통화기금은 고전하는 아시아 경제에 구제금융을 지원해준 대신가혹한 경제 프로그램을 요구한 건설적인 역할을 자화자찬했다. 이제 98년 여름이 끝나는 시점에서 장밋빛 희망의 가장 큰 전제였던 미국의 연착륙이 의문시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거품이 서서히 빠지고 있다. 자본 규모가 작은 주식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스탠더드 & 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지수도 불안해 보인다. 미국 주가가 앞으로 25%까지떨어질 수 있다는 데 대해 누구도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클린턴 집권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재무부가 저실업률 시대의 균형예산에 초점을 맞춘 것은 올바른 일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초부터 계속된 미국의 경기호황이 기력을 잃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98~99년의 기업수익률이 지난 1992~7년과 비교해 떨어지고 있다. 월 스트리트 투자자들은 기업의 견실한 수익성장을 지켜보면서 주가 대 수익 비율이 25대1인 현재의 주식시장을 떠받쳐왔다. 만약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월가의 강세시장을 효과적으로 진정시키기위해 좀더 일찍 조치를 취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활황국면을연장시키거나 앞으로 들이닥칠 불황 초기의 충격을 적게 하기 위해 긴축정책을 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의 힘이 너무나 막강하기 때문에 앞으로 미 달러가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일부의 판단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다. 지금 월가에는 해외에서 유입된 막대한 투기자금이 포진하고 있다. 만약 세계 경제 기상도가 폭풍우로 바뀐다면 각국 정부는 어떤 정책수단을 동원할 수 있을까.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갖고 있고 순채권국인 일본이 택할 수 있는 처방은한국의 방식과 달라야 한다. 오부치 게이조 일본총리는 지난 94년부터 실행했어야 할 일을 지금부터 앞으로 몇년 동안 실시해야 한다. 일본은 과거 케인스식의 재정적자 정책을 과감히 단행해야 한다. 이럴경우 노년층을 부양할 근로자들이 오히려 적어지는 2020년이 되면 상황이 훨씬 좋아지것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금융시장 회복과 개혁을 위해 무엇보다 IMF의 긴축처방을 시행해야 한다. 일본과 달리 미국은 금리를 인하하는 강력한 조치로 향후 발생할 수 있는불황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단기금리를 5.5%에서 4%로 줄인다면 향후미경기가 침체되는 제3막에서 급작스런 경기하강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경제가 지속적인 침체기로 들어설 때를 대비해 또다른 프로그램들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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