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각국 중앙銀 앞다퉈 유동성 확대 하는데… 물가에 손발 묶인 한은 속앓이만

공공요금 등 뜀박질 금리 인하 꿈도 못꿔<br>통화량 공급에 한계 지준율 인하도 회의적


세계 주요 국가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잇따라 유동성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이 같은 글로벌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속만 끙끙 앓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ㆍ영국ㆍ일본ㆍ스위스ㆍ캐나다 등 6개 중앙은행이 달러 유동성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달러 스와프 금리를 내렸고 중국 인민은행도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는 등 글로벌 경제주체들이 통화공급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불안한 해외변수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요즘 '앵무새' 신세로 전락했다. 매달 열리는 기준금리 결정회의에서 '동결'만 외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5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3.25%로 묶었다. 오는 8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데다 해외변수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어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힘들다"며 "통화 및 지준율 정책을 모두 구사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의 손발이 꽁꽁 묶인 것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물가 때문. 올 들어 11월까지 소비자물가(개편 기준)는 4.0% 상승했으며 이전 기준을 적용하면 4.5% 크게 올랐다. 시내버스 등 교통요금이 잇따라 오르고 있고 전기요금도 다시 인상될 예정이어서 물가부담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금통위 회의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고 6명 위원이 모두 금리동결에 찬성한 것은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기회 있을 때마다 '금리 정상화'를 통한 통화흡수를 외치고 있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는 요원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통화량 흡수 수단인 지준율 인하도 기대하기 힘들다. 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지준율을 인하했지만 한국은행은 지준율 카드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은은 정기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에는 2%, 기타 예금에는 7%의 지준율을 적용하고 있다. 한은은 2006년 이후 지준율을 올린 적이 없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위해 지준율을 내린 바 있다. 김 총재와 한은 임원들은 기준금리를 손대지 않고 지준율을 인하하는 것만으로는 통화량 공급에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부 금통위원은 통화량이 풀린 현 상태에서는 오히려 지준율을 올려 통화량을 흡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전략팀장은 "금통위가 내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별다른 통화정책 수단이 없다"면서 "글로벌 유동성 확대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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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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