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바다 서해안이 살아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일궈낸 기적과도 같은 드라마다. 불과 한달여 만에 120만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가 참여한 것을 두고 전세계가 놀라고 있다. 절망의 서해안에서 희망의 싹을 찾을 수 있는 것도 우리 사회가 생각보다 건강하다는 반증이다. 이렇게 감당하기 힘든 재난이 발생할수록 ‘나’라는 한정된 부분보다는 ‘우리’라는 전체를 생각하게 된다. 개개인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던 일이 모두가 하나 되었을 때 가능해질 수 있음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전체와 부분에 관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대목이다. 바로 게스탈트(Gestalt)다. 심리학의 한 사조인 게스탈트 이론은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다소 철학적인 가설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심리학으로 출발한 게스탈트 이론은 경영학ㆍ광고학ㆍ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 적용되고 있다. 금융 분야에서도 게스탈트가 적용될 수 있다. 바로 자산유동화 분야이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낮은 신용도(credit gap)와 작은 발행규모(size gap)로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대기업에 비해 금융비용 부담이 높은 것은 물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자산유동화기법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중소기업의 직접금융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 소요자금의 규모가 작고 신용도도 떨어지는 중소기업(‘부분’)에 대한 채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높은 신용등급의 유동화증권(‘전체’)을 발행할 수 있다면 중소기업들이 겪는 만성적인 자금난을 상당히 해소해줄 수 있을 것이다. 아직 정크본드 시장이 발달돼 있지 않은 우리 금융시장의 형편상 공신력 있는 채무보증 기관들의 신용보강이 필요한 실정이다. 다행스럽게도 코딧은 그동안의 운용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공적재원을 조성하지 않고서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처럼 중소기업 금융에 따른 신용위험을 시장을 통해 헤지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금융 게스탈트인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금융기관의 여신정책이 바뀔 때마다 자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바젤Ⅱ의 본격적인 시행으로 중소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방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자산유동화 방식, 즉 금융 게스탈트를 본격적으로 논의해볼 때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