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이상하게 들리지만, 이것이 요즘 은행들의 서비스 변화 추세다. 고객의 입장에서도 서운할 건 없다. 오히려 이런 서비스를 반긴다.은행마다 앞다퉈 「인터넷 뱅킹」을 도입, 컴퓨터 앞에서 모든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결과다. 은행들은 그동안 창구에 찾아오는 고객을 줄이려는 노력을 줄기차게 벌였다. 잔돈 교환하는 업무 말고는 이제 은행 찾을 이유가 거의 없을 정도까지 왔다. 예금 인출과 송금 서비스는 이제 기본. 요즘 눈길을 끄는 인터넷뱅킹은 대출 서비스. 대출가능 여부와 금액을 아는데 하루도 안걸린다. 은행의 홈페이지를 방문, 주민등록번호·직업·소득 등을 입력하면 바로 다음날 아침 E-메일로 알려준다. 은행이 달라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 6일「사이버론」이라는 인터넷 대출 상품을 선보이고 본격적인 사이버 뱅킹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5,000 여명의 고객이 대출문의를 해왔다. 그 숫자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그동안 여러 은행에서 인터넷으로 대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E-메일로 고객의 정보를 받아서 수작업으로 대출심사하는 정도였다. 겉보기만 사이버이고, 실제론 달라진게 없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고객의 정보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대출 한도가 결정되는 「신용 평점 시스템(CREDIT SCORE SYSTEM)」을 도입, 신청에서 대출 결정까지 전 과정을 전산처리한다. 다만, 보안상의 문제로 아직은 즉석에서 결과를 보지 못하고 다음날 아침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은행을 찾아가서 주뼛거리던 시절에 비하면 대출 문턱이 많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다. 은행들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대출의 개념이 은행이 주는 「특혜」에서 고객의 「권리」로 바뀐 결과이기도 하다.
대출 가능 금액을 산정하는 기준도 꽤 다양해졌다. 과거에는 직업·직장·직위 만으로 대출 한도를 결정했지만 이제는 신용카드 사용 실적, 각종 요금 연체 기록, 심지어 이사 다닌 횟수까지 심사 기준에 포함시킨다.
신한은행의 관계자는 『각 은행들이 신용 평가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면서 고객들에게 제시하는 대출 금액과 조건이 은행마다 달라졌다』면서 『이제 대출 시장도 전면적인 자유 경쟁 시대에 돌입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 쯤 자신의 신용 정도를 알아볼 겸 인터넷으로 대출 신청을 해보는 것도 괜찮다. 거래 고객이 아니라도 상관은 없지만 신분증을 갖고 은행을 방문해 인터넷 뱅킹을 신청해야 한다.
인터넷 뱅킹이 단지 편리한데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뱅킹을 통해 각종 송금 수수료를 절약할 수도 있다. ★표 참조
대출을 받을때 약간의 이자율 혜택을 받을 수도 있고, 예금을 하면 2% 가량의 우대 금리를 얹어주기도 한다.
은행들이 이처럼 인터넷 뱅킹에 열을 올리는 것은 사이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앞으로 인터넷 뱅킹 서비스의 우열에 따라 고객이 은행을 선택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하루만에 대출 심사와 대출 가능금액까지 알 수 있을 만큼 인터넷뱅킹이 발전했다. /컴퓨터 그래픽=문현숙·프리랜서
기자MALLIA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