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항아리 속에 건강이 있다

한때 패스트푸드점과 패밀리레스토랑이 급격하게 증가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른들은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무조건적인 동경 때문에 서양음식을 즐기곤 했다. 이런 서양음식들에 대한 무분별한 섭취는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만과 성인병ㆍ암과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불러왔다. 하지만 최근 웰빙과 삶의 질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다시 우리 음식이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우리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인 장류는 세계적인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기 시작하고 있다. 원래 곡류를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식생활에서 고추장ㆍ된장ㆍ간장ㆍ청국장 등의 장류는 맛을 내는 소스의 역할과 동시에 주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장류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으나 중국 후한시대에 두장(豆醬)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기술돼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기원전에 장류가 존재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사기에 ‘고(鼓)’라는 기록이 있어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간장과 된장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고추장은 지난 1715년 ‘산림경제’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것으로 미루어볼 때 18세기 초부터 제조됐다. 최근 들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전통 장류의 우수한 효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메주ㆍ된장ㆍ간장 및 청국장 발효 생성물질의 항산화 효과와 고추장에 함유된 사과 20배 이상의 비타민Cㆍ토코페롤이 보여주는 우수한 항산화력이 검증됐다. 또한 서울대 노화 및 세포사멸연구센터는 최근 순창 장류의 암세포 증식억제와 항돌연변이 효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된장의 면역증강 효과와 혈압강하 효과, 청국장의 혈전용해효과 등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우리 전통 장류에 대한 관심은 해외에서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 봐도 김치에 이어 우리 장류에 대한 관심이 증가, 도쿄 중심가의 요리학원에는 올해 ‘한국 고추장을 이용한 일본 요리 만들기’ 강의가 신설되기도 했다. 실제 한국 고추장의 수출은 불과 3년 만에 2배 가까이 성장했으며 대상의 청정원 순창고추장은 장류업계 최초로 산업자원부에서 주관하는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돼 전통식품의 세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02년부터 추진 중인 고추장과 된장의 국제식품규격기준(CODEX) 추진도 정부와 업계 및 식품 관련 연구기관들이 좀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 우리 전통 장류의 우수성과 기능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결실을 거둘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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