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외전화 사전 선택제 통화안돼 소비자 골탕

◎바뀐 전화사용법 제대로 홍보안돼 가입자들 큰혼란/정통부 안일대처 양사이기심 겹쳐 후유증 심각할듯소비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실시한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정부의 무관심과 해당업체의 이기주의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에 큰 불편을 주고 있다. 9일 한국통신, 데이콤등 시외전화 업체들에 따르면 이들은 최근 소비자로부터 「시외전화가 걸리지 않는다」는 항의성 문의전화가 빗발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다. 현재 시외전화가 걸리지 않는 경우는 크게 두가지. 첫째 한 회사를 선택한 가입자가 선택하지 않는 회사의 전화를 사용해 시외전화를 걸면서 현행 시외전화 번호 앞에 있는 「0」번을 누르는 경우다. 예컨대 사전선택제에서 한국통신을 선택한 가입자가 굳이 데이콤의 전화를 사용, 부산(051)에 123―4567번으로 전화할 경우 「082―51―123―4567」을 눌러야 한다. 이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습관적으로 082 다음에 051을 누른다. 정보통신부는 「0」은 교환기로 하여금 시외전화로 인식케 하는 번호이기 때문에 사전선택제가 실시돼 081, 082 등을 누르지 않게 된 상황에서 굳이 지역번호 앞의 「0」을 다시 누를 필요가 없다며 시스템을 바꿨다. 불필요한 한 자리를 더 누르는데 따른 시간 손실과 교환기의 부하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문제는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습관적으로 지역번호 앞의 「0」번을 계속 누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는 자신이 선택한 회사로 시외전화를 걸 경우에는 종전처럼 「0」번을 먼저 눌러야 하기 때문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정통부는 이같은 상황을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치부하고 원칙론만 강조하고 있다. 더구나 시스템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도 사전선택제가 실시되기 불과 이틀전인 10월 30일이어서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홍보를 할 시간 여유도 주지 않았다. 여기에다 한국통신은 90% 이상이 자사를 선택한 상황에서 경쟁회사의 회선을 사용할 때만 발생하는 소비자의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소할 의지도 미약한 상황이다. 이래저래 소비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시외전화가 걸리지 않는 또다른 경우는 ACR(Automatic Call Router·회선자동선택장치)이 달려 있는 전화를 사용하는 경우다. ACR은 데이콤이 지난해부터 가입자 유치를 위해 설치한 장치로 별도로 「082」를 누르지 않고도 데이콤의 회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을 하는 장비로 약 1백만대가 설치됐다. 그런데 ACR은 시외전화를 걸 때 자동적으로 「082」를 다이얼 해주도록 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이 장치가 달려 있는 전화로 시외전화를 걸면 앞자리 「0」번을 누르는 순간 「0820」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통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데이콤은 『9일 현재 1백만대 중 97% 가량의 ACR을 철거했다』고 밝히고 『나머지도 조만간 모두 철거하겠다』고 말했다. 데이콤은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실시되면 ACR이 당연히 문제를 일으킬 것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철거에 소홀히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어쨌든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실시로 변화된 상황을 정통부나 관련 업체 모두가 소비자들에게 자세하게 알리지 못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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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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