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대 교황으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프란치스코 교황ㆍ76)이 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타임스(NYT)는 곧바로 이같이 제하의 기사를 타전했다. 프란치스코의 선출은 가톨릭 교회의 개혁 움직임을 반영하지만 새 교황이 교리 측면에서는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어 바티칸의 변화도 '교권' 내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193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북부 이탈리아 출신의 철도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상대적으로 늦은 22세의 나이에 예수회에 입문했다. 신학만큼이나 '세속' 학문인 심리학ㆍ문학 등을 즐긴 자유로운 사고의 인물이다.
현재 교계에서 그는 '겸손과 청빈'의 상징으로 통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01년 추기경에 선출된 직후에도 로마행 비행기를 타는 대신 국가부도(디폴트) 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 빈민을 위해 비행기 값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교회 행사에서는 늘 뒷자리에 앉았고 화려한 관저 대신 허름한 아파트에 묶었으며 직접 요리를 해 먹었다"며 "스캔들 없이 소임에만 정진해온 새 교황이 갖가지 도전에 직면한 가톨릭계에 신선한 파장을 던질 것"이라고 평했다.
그는 13일(현지시간)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에도 해맑은 표정으로 성베드로성당 발코니에서 신자들과 만나 "추기경단이 지구 끝에서 교황을 찾아내 내가 여기에 섰다"는 위트 있는 발언을 남기는가 하면 '교황'이라는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로마의 주교'라는 표현을 지속했다.
역대 교황 사상 최초로 프란치스코라는 즉위명을 택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프란치스코는 평생 청빈한 삶을 일관, 세속화된 중세 가톨릭 교계에 충격을 던지며 지금까지도 많은 교인들의 사랑을 받는 성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새 교황이 추기경보다 '파더 호르헤'라는 이름을 사랑하고 축구ㆍ탱고를 즐기지만 이면에는 '보수적인 교리주의자'의 모습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BBC는 "2010년 아르헨티나에서 동성 결혼을 공식 금지했을 만큼 교리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인물"이라며 "여성사제 서품, 동성결혼, 낙태 등의 문제에 좀 더 유연한 교회의 시각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아르헨티나 태생이지만 이탈리아 출신의 이주민 후손으로 독일에서 공부한 점 역시 보수적인 바티칸 중심부의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1970년대 군부독재 시기를 보내는 동안 '세속 정치와 무관'한 시각을 견지, 젊은 예수회 신부 2인을 포함해 독재 당시 사라진 3만명의 죽음에 침묵했다는 비판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