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대기록은 나의 것

2일 LPGA 시즌 첫 메이저 ANA 인스퍼레이션 개막

커리어그랜드슬램 박세리 vs 최연소 메이저 우승 리디아 고… '20년 차 나이 잊은 승부'

올 그린 적중률 1위 박인비도 세계 1위 복귀 노려 흥미진진


박세리(38·하나금융그룹)에게는 선수 생활 마지막 목표이고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18·뉴질랜드)한테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이 걸린 우승이다. 세계 2위 박인비(27·KB금융그룹)는 리디아 고의 우승을 막아야만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란초미라지 미션힐스CC의 다이나쇼어 토너먼트 코스(파72·6,769)에서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ANA 인스퍼레이션이 열린다. 남녀골프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이 대회 뒤 9일부터 남자골프 메이저 마스터스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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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리와 리디아 고, 박인비가 우승 경쟁을 벌이는 시나리오가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 박세리가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다. 선수 생활 동안 4대 메이저를 석권하는 대기록. 이미 3개 대회 트로피가 있지만 내년 말 현역 은퇴할 계획이라 시간이 별로 없다. 이 대회와 가을에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 중 한 대회에서 우승이 나와야 한다. 은퇴 전 기회는 많아야 네 번이다. 이번이 기회가 좋다. 직전 대회인 KIA 클래식 3라운드에서 64타를 쳤다. 문제는 마지막 4라운드. KIA 클래식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에 그쳐 톱10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3라운드까지 공동 3위였으나 마지막 날 2타를 잃어 공동 4위로 마쳤다. 이 대회에 16차례 출전하는 동안 컷 탈락은 없었다. 박세리의 메이저 5승째이자 마지막 우승은 2006년 LPGA 챔피언십에서였다.

박세리보다 스무 살 어린 리디아 고는 최연소 메이저 챔피언이 될 수 있다. 4월24일에 18세가 되기 때문에 아직 17세다. 2007년 나비스코 우승자 모건 프레셀(미국)이 갖고 있는 18세10개월9일을 1년 가까이 앞당긴다. 앞으로 경신되기 힘든 기록이다. 리디아 고는 아마추어 때부터 메이저에 12차례 출전했는데 2013년 에비앙 챔피언십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메이저는 출전 자체가 흥분됐는데 지금은 일반 대회와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잘 치는 선수들이 나오는 대회가 메이저인데 매주 열리는 대회들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우승 자신감의 다른 표현이다. LPGA 투어 48개 대회 연속 컷 통과 기록을 쓰고 있는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서 이틀 연속 언더파를 치면 30라운드 연속 언더파가 된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29라운드 연속 기록을 깬다. "요즘은 샷이 흔들려도 퍼터를 믿기 때문에 괜찮은 스코어를 낼 수 있다"는 게 리디아 고가 밝힌 꾸준함의 비결이다. 박인비는 그런 리디아 고를 저지해야 한다. 지난 8일 HSBC 챔피언스 마지막 날 같은 조에서 겨뤄 이긴 자신감도 있다. 박인비가 우승하고 리디아 고가 공동 3위 이하면 세계 1위는 다시 박인비에게 넘어간다. 리디아 고가 공동 2위를 해도 2위 그룹이 5명 이상이면 우승한 박인비가 세계 1위를 뺏는다. 박인비가 단독 2위를 하고 리디아 고가 33위 이하여도 조건은 성립된다. 메이저 5승이 있는 박인비는 2013년 이 대회 우승자다. 2위를 4타 차로 따돌렸다. 올해 5개 출전 대회에서 1승이 있고 13위 밖으로 밀린 적이 없다. 연속 노 보기 기록은 93개 홀에서 마감했지만 연속 컷 통과(19개 대회)는 진행 중이다. 올해 그린 적중률 1위(83%)라 관건은 퍼트 감이다.

지난해 우승자 렉시 톰슨(미국) 등 많은 선수는 지난해보다 러프가 길어졌다며 티샷의 페어웨이 안착률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리디아 고가 톰슨과 10번홀에서 1라운드를 출발하며 박인비는 지난주 우승한 크리스티 커(미국)와 1번홀에서 티오프 한다. 타이틀 스폰서가 일본 항공사 ANA로 바뀌면서 총 상금도 200만달러에서 250만달러로 많아졌다. 우승자가 가족, 캐디와 함께 18번홀 연못 '포피스 폰드'에 빠지는 전통은 계속된다. 주최사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깨끗한 물로 연못을 다시 채웠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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