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하성(52)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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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어 ‘바른 경영의식’을 갖춘 우수한 인재들을 양성해나가겠습니다.”
21일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회의에서 임기 2년의 신임 학장으로 선임된 장하성(52) 교수는 아시아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가진 경영대학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스탠더드(Global Standard) 시각을 갖춘 경영학도들을 육성해내겠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특히 장 교수는 연구나 교육역량 못지않게 국가나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올바른 경영의식’을 심어주는 교육가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오랫동안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장 교수의 경영대 학장 선임은 최근의 고려대ㆍ삼성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5월2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명예 철학박사 수여식에서 일부 학생들의 반대시위를 벌이자 바로 다음날 어윤대 총장은 삼성에 공개 사과문까지 보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 총장은 학장 임면 절차에 따라 장 교수를 경영대 학장에 추천, 결과적으로 교수회의를 통과(참석자의 과반수 찬성)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월1일 정식으로 학장에 임명되는 장 교수는 2001년 9월까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으면서 99년 삼성전자 주총에 참여해 8시간30분 동안 집중투표제 도입,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한 정관개정 등을 요구하며 삼성전자를 코너로 몰아 표결까지 가는 공방을 벌였다.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활동은 줄어들었지만 장 교수는 지금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장 교수는 학장 선임이 알려진 이날에도 “당분간 학장직에 전념하겠지만 참여연대 등 사회 활동을 모두 접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고려대 측은 “장 교수가 학내에서 신임이 두텁고 개혁적인 학문 성향이 최근 학교가 추진하는 ‘글로벌 고대’의 취지와 맞아 경영대 신임 학장으로 선출됐다”고 선임 배경을 전했다.
하지만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은 고려대가 대기업 등에 수십억∼수백억원대의 기부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경영대는 불가피하게 기부금 유치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어서 ‘재벌개혁’의 주창자인 장 교수가 기업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