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 지역경제 침체, 국세 위주의 현행 조세 시스템 등으로 지방 기초자치단체의 재정상태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특히 건설업 등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산업이 바닥세를 보여 상당수 기초단체는 자체 수입(지방세)으로 공무원 월급도 주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재정상태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공공기관 이전을 둘러싼 자치단체들의 유치경쟁이 더욱 격화돼 이전 결과에 따라서는 재정이 부족한 지역의 반발 등 후유증이 우려된다.
6일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 등에 따르면 지방 기초 지자체인 시군의 채무가 지난 2004년 6월 6조1,411억원에서 12월 6조3,725억원으로 6개월 새 3.7% 증가했다. 이중 군 단위 자치단체의 채무는 같은 기간 1조3,641억원에서 1조4,823억원으로 8.8%나 늘었다. 이에 따라 군 단위 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는 지난해 말 현재 16.6%에 불과, 시 단위 38.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이 급속히 나빠진 이유는 불황이 지방에서 더욱 심해지면서 세입(稅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의 경우 가뜩이나 침체돼 있는데 그나마 줄어든 파이를 수도권에 본사를 둔 대형 업체들이 장악, 지방재정 악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현행 국세 위주의 조세체계도 지방재정 악화에 영향을 주고 있다. 총 세수입에서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98년부터 2003년까지 평균 20%선에 불과하다.
살림이 열악해지면서 자체 재정으로 직원들의 급여도 주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경상남도 하동군의 한 관계자는 “인구가 줄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지방세만으로는 월급도 주기 힘들고 쥐꼬리만한 세외수입과 중앙교부금에 의존하는 형편”이라며 “다른 지방 기초지자체도 별반 상황이 다르지 않다”고 토로했다.
재정이 좋지 않아 부채를 갚을 능력이 없다 보니 지자체 자체적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성장동력도 키우지 못한 채 지역발전 속도가 도리어 퇴행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