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단속 비웃는 불법 카드모집인

솜방망이 처벌에 유령조직 활개… 대부영업도 일삼아<br>사법당국과 공조 강화·법적 근거 마련 시급



카드사들의 과열경쟁을 틈타 법적 등록요건을 갖추지 않은 불법 카드 모집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특히 상당수 불법 카드 모집인들은 유령법인 형태의 조직까지 만들어 피라미드식 운영을 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불법 대부업자 등과 연결해 속칭 카드깡과 같은 불법행위를 매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법적처벌근거 미비, 사법기관과의 공조부족 등으로 금융당국의 단속과 업계의 자율점검은 헛바퀴만 돌고 있다.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의 주요 유통시설 밀집지역과 생활정보지, 취업ㆍ대출상담 인터넷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불법 카드 모집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현황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단속은 '솜방망이'=여신금융협회는 이달 초 자체 점검반 인원을 확충한 뒤 지난 8일께부터 서울 주요 지역을 시작으로 현장 모니터링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불법 회원유치 영업을 적발하고도 불법 모집인들의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영등포를 비롯한 10여곳의 현장을 점검해본 결과 일부 모집인들이 동네 골목에까지 진출해 불법영업을 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건장한 체격의 모집인들이 10여명씩 무리를 짓고 있어 물리적 충돌이 빚어질까봐 신원 및 소속사 확인을 할 수 없었고 구두 계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카드업계는 모집인의 불법영업 적발시 3~24개월간 모집인 등록을 금지하고 소속 카드사에 소액의 벌금을 물리는 자율 규약을 지난달부터 실시하고 있지만 이처럼 모집인의 신원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면 업계 자율 처벌은 유명무실할 수밖에 없다. 또 설령 신원확인이 됐다고 하더라도 애초부터 미등록 모집인인 경우가 많아 등록자격 박탈조치는 처벌효과가 없다. 당국은 금융감독원 여신전문서비스실을 통해 모니터링을 상시적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법당국과의 공조가 불가능해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미등록 카드 모집인을 적발해도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상에는 이들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치밀한 유령 조직이 불법대부 영업까지=이처럼 제도적 맹점이 드러난 사이에 불법 모집인들은 회사 형태의 점조직까지 갖추는 등 한층 치밀하고 대담한 영업을 벌이고 있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 모집인들은 속칭 '종카(종합카드사)'라고 하는 회사 형태의 조직을 갖추고 있는데 서로 각기 다른 회사에 소속된 모집인들이 함께 공동영업을 하는 초보적인 형태에서부터 미등록 모집인을 생활광고지 등을 통해 채용하는 피라미드 형태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종카 모집인들은 서로 수당을 나눠 갖는데 이를 위해 수당을 분배하는 특수 산식까지 갖출 정도로 정교하게 운영된다"고 전했다. 특히 일부 종카들은 불법 대부업자 등과 연결돼 유령 사무실 등을 차려놓고 저신용자들을 유인한 뒤 카드를 발급하도록 꾀어 카드깡까지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미등록 카드영업에 대한 법적 처벌조항을 법제화해야 하는 게 시급하다. 현재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지난달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됐지만 카드가맹점 소액결제거부권 및 수수료상한제 도입 등 논란의 소지가 있는 조항이 섞여 있고 국회 일정이 파행되는 바람에 입법화가 지지부진하다. 이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적은 조항만 먼저 뽑아 위원회 대안으로 상정해 입법화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부족한 금융당국 및 협회 감독ㆍ자율 점검 인력을 보완하기 위해 사법당국과의 보다 긴밀한 공조와 대대적인 기획수사도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금감원에서 해당 업무를 맡은 인원은 7명, 여신협회에는 30명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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