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고용보호에 있어서도 가장 두터운 혜택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규직의 일반해고·정리해고에 대한 고용보호지수에서 2.17로 34개 회원국 중 22위다. 언뜻 보면 중간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법적인 보호에다 각종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을 통한 이중, 삼중의 장치로 고용조정을 어렵게 만들어 유연성이 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로 인해 해고·고용조정과 관련한 극단적인 노사갈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현장에서는 취업규칙의 변경 기준과 절차에 대한 법리다툼도 심해지고 있다. 연도별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등의 구제신청 건수는 2011년 1만848건에서 2012년 1만1,444건, 2013년 1만2,805건으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근로계약 해지 기준과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구체화·명확화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는 주된 이유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좋고 나쁜 프레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1차적으로 정규직 과보호 문제를 해결해야 노동시장 양극화가 해소될 수 있다"면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인력관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게 하고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조건은 불리하게 변경돼도 근로관계는 지속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98~2013년에 OECD 고용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유연성과 안정성 모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유연성은 크게 떨어져 프랑스와 그리스에 이어 최하위권이었다. 개별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고용보호 수준은 34개국 중 12위로 다소 높았다. 우리보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었던 그리스와 포르투갈·스페인은 지난 15년간 안정성의 향상을 보인 반면 우리나라는 유연성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안정성의 개선이 미미했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상대적인 고용보호 수준의 상승과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의 축소가 유연성과 안정성 훼손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며 "노동력 사용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철폐하는 대신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시키는 방향의 노동시장 유연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규직의 과도한 고용보호는 노동시장 경직성을 높이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김승원 한국은행 조사국 국제무역팀장은 "상용직 고용보호가 일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향상시키지만 이를 넘어서면 하락시키게 된다"며 "상용직과 임시직 사이의 고용보호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도 "과도한 취업규칙과 단체협약 조항을 걷어내는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해고시 금전적 보상제도 도입과 같은 제도 보완과 함께 사회안전망 확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