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경제벨트인 장강 삼각주에 위치한 장쑤성 창저우시. 시 정부는 최근 관내 굴지태양광업체, 건설 관련업체 등 주요 기업들을 긴급 소집했다. 안건은 하루가 다르게 비어가는 곳간을 채울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수출경기는 물론이고 중앙정부의 지속되는 부동산 시장 규제 등으로 중국 내수경기가 가파르게 식으면서 기업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고 이에 따라 세수도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급 회의에 참여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창저우시를 포함해 장쑤성 내 주요 13개 도시들의 세수가 올 들어 전년비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중앙 정부가 또다시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쓰지 않는 한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희박해 이들 시 정부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호경기인 지난 2009년과 2010년에는 중앙정부의 4조위안 재정부양책과 맞물려 부동산 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은행 대출은 물론이고 막대한 지방정부 소유 토지매각 자금이 지방정부로 유입되면서 유동성 문제가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 악화로 세수는 걷히지 않는 반면 갚아야 할 은행 대출 자금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일부 도시의 경우 심각한 세수 부족으로 세무 공무원들이 자기 월급을 납세자로부터 직접 거두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정부의 이 같은 부실 문제는 부동산 매각대금에 크게 의지하는 재정 구조상 부동산 경기가 급랭하면서 예견됐다. 베이징 등 1급 도시는 물론이고 2ㆍ3급 도시들 상당 수가 부동산 개발 토지 매각수익이 전체 재정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한때 부동산 투기가 극심하게 일었던 하이난성은 올 들어 경기 하강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토지 거래세 세수가 당초 목표액의 17%에 그치고 있다.
자원세 등 안정적으로 걷을 수 있는 세목들이 중앙정부에 귀속되는 등 부실한 세수기반도 지방정부의 허약 체질에 일조하고 있다. 세수 부실은 지방정부의 대규모 은행대출 미상환으로 이어져 금융시스템 전반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정부는 또다시 재정 부양책을 쓸 경우 자산버블 확대와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개인대출에 이자 보조금 지원 등 갖가지 소비 촉진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내수 주도 성장은 장기적 과제라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부실 사태는 세제 개혁의 필요성과 함께 중국의 그간 투자 일변도 중심의 성장 방식이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