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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4.0 새 성장동력 찾아라] <2> 영역 확장하는 글로벌 리더들

공격적 M&A로시장 지배력 확대… '건설 멀티플레이어' 돼야<br>선진국 건설업체 토목·건축 등 인수해 신사업 진출<br>단순 도급 벗어나 민자발전·민관협력사업 집중<br>PM 분야 투자 확충… 토털 솔루션 기업 육성 시급

글로벌 건설업체들은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끊임없는 시장개척과 상품개발은 물론 금융조달과 사후관리 등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해외 민자발전 시장에 진출한 삼성물산이 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 건설 현장. /사진제공=삼성물산


독일의 호티에프(Hochtief)는 미국 건설전문지 ENR에서 지난해 선정한 해외건설 부문 세계 1위의 건설사다. 지난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만 318억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가 해외건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비결은 끊임없는 상품 개발과 시장 개척이다. 실제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세계적으로 해상풍력발전이 신시장으로 전망되자 호티에프는 한 척에 1억달러가 넘는 해상풍력발전기설치선을 잇따라 발주하는 등 변화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해외 플랜트 시장에 주력한 국내 건설사와는 달리 외국 대형 건설사는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수익성 악화와 성장 정체 위기에 국내 건설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목·건축 분야의 경우 전문화된 업종에서 최근에는 다양한 업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도 이들의 전략에서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통한 시장 지배력 확대=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ㆍ4분기 영업손실 2,198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건설사로는 최초로 진출한 미국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 증대가 원인이 됐다. 일종의 신규 시장에 대한 '학습비용'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학습비용을 치르더라도 건설사들은 신규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 선진 기업에도 신규 시장 진출은 상당히 어려운 과제다. 이 때문에 이들은 해당 국가 건설업체나 엔지니어링업체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시킴으로써 신규 시장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건설사가 독일의 호티에프다. 호티에프는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호주가 가장 크고 미국과 캐나다가 뒤를 잇고 있다. 이는 호티에프가 북미 지역에서는 건축 관련 업체 터너(Turner), 토목업체 플래티론(Flatiron)과 EE 크루즈(Cruz) 등을 인수,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치는 한편 호주에서는 최대 건설업체 레이튼(Leighton)그룹을 인수해 시장 리스크를 줄였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빈치(Vinci) 역시 경쟁력 있는 해외 전문업체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다양한 경영전략을 추구하고 있으며 스페인의 최대 건설업체 Grupo ACS는 전세계 54개국에 총 790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국내 건설사도 최근 들어 해외 업체의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사례가 많지는 않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영국의 LNG플랜트 관련 설계업체 웨소(Whessoe)를 인수했으며 GS건설은 수처리 업체 이니마를 지난해 인수했다. 대형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는 사업 다각화 전략이라기보다는 부족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보강하기 위한 소규모 전문업체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에서는 M&A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실제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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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도급보다는 개발사업=국내 건설사의 주력은 해외 플랜트 건설 산업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건설사의 해외 플랜트 수주액은 2,520억달러로 전체 수주액(3,670억달러)의 70%에 달한다.

반면 선진 건설업체는 플랜트보다는 토목 분야에 회사의 역량이 집중돼 있다. 2011년 기준 호티에프는 전체 매출의 70%가량이 토목과 건축 분야에서 발생하며 세계 8위 업체인 프랑스의 브이그 역시 해외 매출 126억달러 중 건축과 토목 부문이 115억달러로 90%를 웃돈다.

특히 이들 업체는 2000년대 초 이후 단순 도급이나 턴키 방식에서 벗어나 민자발전(PPP)이나 민관협력사업(PPP)에 주력하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빈치는 사업부문을 크게 도급계약부문(Contrancting)과 민자사업부문(Concession)으로 나누고 민자사업부문을 통해 프랑스 고속도로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4,000㎞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전체 민자사업부문 매출액의 70% 이상이 주차장 사업에서 발생할 정도로 주차장 건설 및 운영 사업도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이와 함께 Grupo ACS는 자회사로 이리듐(Iridium)을 두고 인프라와 공공시설 PPP사업을 전담시키고 있으며 호티에프는 110여곳의 학교와 8개의 도로를 민자로 지어 운영하고 있다.

◇PM 능력 강화…건설 풀서비스 역량 갖춰=또 선진국 업체는 금융조달ㆍ설계ㆍ건설ㆍ운용ㆍ사후관리를 아우르는 건설 관련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예컨대 브이그의 경우 자회사인 콜라스와 알스톰 교통부문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각종 PPP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알스톰 전력부문과 함께 에너지 개발 분야에도 진출했다. 호티에프 역시 운영ㆍ부동산개발ㆍ서비스 등으로 나뉘었던 기업 조직을 지난해 지역 중심으로 통합하는 한편 PPP 분야가 커지자 교량ㆍ도로 등 기반시설건설에 강점이 있는 자회사 플래티론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다.

이런 경향 때문에 사업을 종합적으로 디자인하는 프로젝트 매니지먼트(PM) 분야도 중요해 지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체였던 미국의 벡텔(Bechtel)은 이제는 건설관리전문회사로 이름이 높다. 벡텔은 현재 미국 내 건설관리서비스와 책임형 CM(Constructure Managementㆍ컨스트럭처 매니지먼트) 부문 매출 1위의 기업이다. 국내 한 엔지니어링업체 관계자는 "해외 건설 부문의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프로젝트 관리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국내 건설사도 PM 분야를 강화하는 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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