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佛 토털사 제치고 남미최대 유전 개발<br>카미시아광구, 페루원유 총생산량의 90%나 차지<br>안데스산맥 넘어 파이프라인 연결 리마까지 수송<br>중남미·북미로 전량수출…"그래도 자원은 우리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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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 우리 기름] 아마존서 이룬 자원독립
SK, 佛 토털사 제치고 남미최대 유전 개발카미시아광구, 페루원유 총생산량의 90%나 차지안데스산맥 넘어 파이프라인 연결 리마까지 수송중남미·북미로 전량수출…"그래도 자원은 우리것"
리마(페루)=박태준 기자 june@sed.co.kr
차베스사장
미국 로스엔젤레스 공항까지 10시간 남짓한 비행으로 뻣뻣해진 다리가 풀리기도 전에 다시 페루로 떠나는 여객기에 몸을 실었다. 또 10시간 비행. 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한 페루 수도 리마.
“정말 힘들었다”고 엄살을 부리자 임시종 SK㈜ 페루 지사장은 “2000년부터 4년 동안 서울과 페루를 30여차례 왕복했다”며 웃는다.
과거 잉카제국의 유적인 마추픽추와 아마존 정글로 유명한 페루. 이 곳에서 한국 기업들은 해외자원개발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2000년 2월 16일 페루의 국영석유사 페트로페루 본사 대강당. 페루 최대 원유개발사업인 카미시아광구 사업자 선정을 위한 공개 입찰이 열린 이곳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사업에 참여를 결정한 SK는 아르헨티나 플러스페트롤, 미국 헌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경쟁상대는 프랑스의 대형 원유개발업체인 토탈사.
사업자 평가 항목 중 가장 중요한 페루정부에 대한 로열티율(생산국 정부에 제공하는 이익의 일정비율)이 개봉됐다. 먼저 토털사. 토털은 페루 내부 규정상 최고 한도인 35%를 웃도는 35.5%를 로열티율를 제시했다. 토털사 관계자들 입가에는 ‘허를 찔렀다’는 자신감과 함께 미소가 흘렀다.
잠시 후 SK㈜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제출한 입찰 제안서가 열렸다. 로열티율 37.24%. 압도적인 격차. 그 순간 입찰 그룹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SK와 플러스페트롤, 헌트는 최고한도를 넘는 로열티율 제시가 입찰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은 후 수차례 회동 끝에 입찰 직전 로열티율 37.24%를 결정한 것.
입찰부터 카미시아광구 사업을 담당해 온 임 지사장은 “그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감격적”이었다며 당시 입찰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지난 2004년 8월 생산이 시작될 때까지 여정은 험난했다. 카미시아 광구가 위치한 곳은 아마존 정글 한 가운데. 이곳에서 끌어올린 원유와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리마까지 수송한다. 가스 파이프 라인의 경우 총 길이가 730킬로미터. 4,800미터 높이의 안데스 산맥을 넘는다.
임 지사장은 “2002년 파이프 라인 건설 당시에는 무장 괴한들이 현장 캠프를 급습해 90여명의 인부를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다 사업자들과의 협상을 통해 사태가 종료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4년여간의 공사 끝에 생산에 들어간 카미시아 광구의 매장량은 원유 5억6,000만배럴, 천연가스 8조7,000입방피트로 단일 광구로 남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페루 총 생산량의 90%에 달한다. 국영 석유사인 페루페트로의 호세 차베스 사장은 “카미시아 광구 생산으로 페루 총생산(GDP)에서 자원개발부문 비중이 두배 가량 상승했을 정도로 기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때마침 시작된 고유가 행진으로 SK는 지난 한해 동안에만 카미시아 광구에서 1,300억원 가량의 수익을 남겼다.
그러나 카미시아광구 사업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SK는 카미시아 주변에 있는 56광구 개발사업에 착수했다. 56광구 역시 원유 2억배럴, 천연가스 3조입방피트가 매장된 대규모 광구다. 56광구는 2008년 3ㆍ4분기 생산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카미시아 및 56광구에서 뿜어져 나올 자원을 토대로 SK가 시작한 또 다른 사업이 페루LNG공장 건설. 파이프 라인을 통해 수백킬로미터를 달려온 천연가스를 페루 수도 리마에서 170킬로미터 떨어진 도시 팜파 멜초리타에 건설중인 LNG공장에서 액화시켜 북미 지역으로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6월 당선된 알란 가르시아 대통령이 취임 직후 “페루LNG 프로젝트가 임기내 완성되도록 하겠다” 고 강조했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미시아 광구의 현재 일일 생산량 3만7,000배럴은 56광구 생산이 시작되면 5만5,000배럴 이상으로, 페루LNG 프로젝트가 개시되는 2010년부터는 최소 8만배럴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지분에 따라 이중 17.6%의 물량을 확보하는 SK가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은 수조원이 넘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페루의 자원 매장량은 원유 약 11억배럴과 천연가스 11조4,000입방피트. 그러나 대부분 아마존 정글 지역에 묻혀져 있어 실제 매장량을 확인하기 어렵다. 설창현 한국석유공사 페루사무소장은 “페루가 남미 국가중 부존 자원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미탐사 지역이 많아 개발 잠재력은 크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페루 8광구. 96년 광구 인수 당시 8광구의 매장량은 5,900만배럴 정도였다. 그러나 인수 후 8,200만배럴이 추가로 발견됐다. 계약 당시 한국측이 부담한 인수 비용은 5,000만달러 였지만 지난 한해 동안에만 4,00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8광구에서 올렸다.
물론 아마존 정글 속에서의 원유 탐사와 개발은 엄청난 인내와 자본을 필요로 한다. 생산이 시작된 후에도 돌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한다. 8광구에 대해 소개하던 설 소장이 어디선가 전화를 받더니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 소장은 “지난해 9월 아마존 부족중 하나인 아추아족이 보상을 요구하며 시추 지역을 점거해 잠시 생산을 중단한 사고가 있었다”며 “아추아족에 병원 설립 등 지원책을 제시해 사태는 해결됐는데 사업자간의 비용 분담 기준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통화 내용을 전했다.
이렇게 이방인의 진입을 쉽사리 용납하지 않는 이곳 아마존에서 국내 기업들은 메이저급 원유개발업체들과 경쟁하며 ‘자원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 이 곳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천연가스 모두 중남미나 북미 지역 등으로 수출돼 소비된다. 하지만 그 자원에 대한 모든 권한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있다. 설 소장은 “해외에서 생산해 확보한 자원은 수송과 정제 등 수익성을 따져 수출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하지만 이 자원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대한민국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제완화등 外資 지원 새 광구개발 나설것”
국영석유사 ‘페루페트로’ 차베스사장
"페루 정부는 새로운 광구 개발을 위한 외국자본의 투자유치를 위해 다양한 지원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페루 국영석유사 중 한 곳인 페루페트로의 호세 차베스(사진) 사장의 목소리는 기대에 가득 차 있었다. 인터뷰 바로 전날 페루 정부가 에콰도르 접경 아마존 지역의 67광구에서 2010년부터 일일당 최고 10만배럴 수준의 원유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되면 페루는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돌아선다. 페루는 아마존 지역에 대한 자원 개발 투자가 부족해 아직 원유를 수입해 쓰고 있는 실정이다.
페루페트로는 페루 정부를 대신해 외국 석유회사들과의 광권계약 협상과 광구 분양권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와 함께 정유소 운영과 석유제품 판매를 맡고 있는 국영석유사 페트로페루가 별도로 있다.
차베스 사장은 "페루 정부가 외국기업과 체결한 자원개발 부문의 계약 총 61개 중 최근 3년간 체결된 것이 37개"라며 "몇 년 전부터 법적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해 온 결과"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페루의 자원개발을 위해 투자된 외국자본 규모는 총 5억2,000만달러. 94년 이후 누적 투자규모는 50억달러에 이른다.
원유나 천연가스가 대부분 아마존 정글에 매장돼 있는 페루는 다른 국가에 비해 생산 비용이 많이 든다. 경제성이 있는 광구가 개발돼도 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아마존을 가로지르는 파이프라인 건설(downstream)이 필요하기 때문. 페루 정부가 외국 자본 유치에 주력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는 "원유개발 사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1월말부터 미국 휴스턴과 캐나다 캘거리, 영국 런던 등에서 프로모션을 열 계획"이라며 "로열티 등 각종 조건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완화된 세제, 이밖에 원주민과의 우호적 관계를 위한 지원 등을 집중 홍보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차베스 사장은 또 "천연가스 개발 사업은 56광구 개발에만 지금까지 16억달러가 투자됐으며 새로운 다운스트림 사업을 위해 민간자본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리마 지역의 천연가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천연가스를 이용하는 버스, 택시 등의 비율을 높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원유와 천연가스 개발사업이 페루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2%에 불과하다. 그러나 카미시아 광구 개발 이전 1% 였던 것이 이 광구가 개발되면서 두배로 올랐다. 차베스 사장은 "56광구가 생산을 시작하면 4%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원개발이 경제적인 위상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정작 사업은 오로지 외국자본에 의존해야 하는 페루 정부는 중남미 전역에 불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를 경계하고 있다. 차베스 사장은 "자원 국유화는 외국 자본의 투자를 막는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페루 정부는 민간 기업을 통해 자원을 생산, 수출하고 다만 감독과 통제를 정부가 맡아서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입력시간 : 2007/01/28 18: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