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10년 만에 멈춰선 대한민국 성장엔진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저성장도 모자라 아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625개사의 1ㆍ4분기 개별 총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5%, 금액으로는 4조원 가까이 줄었다. 2003년 이후 10년 만의 경험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잘 버텨온 우리 경제의 성장엔진이 불황과 엔저로 멈춰선 것이다. 전기전자 업종이 선전했지만 마이너스를 막기에는 힘이 달리는 형국이다.


속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하다.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액 감소폭이 2% 이상으로 높아진다. 4% 이상 늘어났다는 총영업이익도 삼성전자를 빼면 11% 넘게 줄어들었다. 우리 경제의 특정 기업 의존도가 방치하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점이 다시금 확인됐다. 삼성전자까지 영향을 받는다면 경제는 패닉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상상하기도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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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더 문제다. 주요국의 양적완화로 세계경제가 숨을 쉬고는 있지만 얼마나 더 갈지 의문이다. 미국이 출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아직 기력을 되찾지 못한 우리 경제에 큰 위협이다. 일본의 아베노믹스도 딜레마다. 성공하면 엔저 심화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실패해도 세계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결국 우리 자체의 힘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기업과 노조ㆍ정부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뿌리 뽑아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연구개발을 통해 새로운 미래사업을 발굴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성장엔진의 재가동은 이 조건에서만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투자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방망이를 휘둘러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경제가 살아야 경제민주화도 할 수 있다는 의미일 터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나타나야 한다. 모든 주체가 경제 살리기에 나설 때 비로소 위기가 기회로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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