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연기하면서 이렇게 많이 맞아본 적 없다"

영화 '투사부일체' 김상중

의외의 모습이다. 김상중(41)이 스스로의 표현대로 "이렇게 많이 맞아본 적도, 이렇게 자주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적이 없다"고할 만큼 영화 '투사부일체'(감독 김동원, 제작 시네마 제니스)를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파괴하다시피 했다. 영화 '두사부일체'에서 단 세 장면 카메오 출연했던 그가 속편인 '투사부일체'에서는 영화를 이끄는 주요 배역이 됐다. '투사부일체'는 계두식(정준호 분)이 조직의 보스 오상중이 다니는 학교에 교생으로 나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담았다. 오상중이라는 이름은 김상중에게서 따온 것. 2000년 '자카르타' 이후 카메오로 출연한 것 외에 정식으로 영화 출연한 게 없었던 그가 복귀작으로 '투사부일체'를 택한 것은 의외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NG탓에 그는 정준호에게 출석부로 머리를 80대 넘게 맞았고, 정운택과 춘자에게도 원없이 맞을 만큼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자카르타' 이후 출연하기로 했던 몇몇 작품이 기획 단계나 제작 단계에서 엎어지면서 본의아니게 쉬게 됐고, 영화의 흐름을 잃었어요. 5년 만에 하는 영화 작업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영화를 하는 게 괜찮겠다고 판단했죠." "두식아, 대학가라"고 했던 속편의 단초가 된 '두사부일체'의 마지막 장면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예상과 달리 김상중은 영화속 고등학생이 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옷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교복을 입는 게 처음엔 어색했지만 교복을 입으니 고등학생이 되는 것 같았어요. 배우는 분장한 후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면서 최면을 걸죠. 저 같은 경우 '난 고등학생이다' 이런 식으로요." 영화 속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신세대식 대사가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므훗하다', '후뚜루마뚜루'라는 표현을 예사로 쏟아낸다. "얼마전에 출연한 바 있는 '올드&뉴' 같은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청소년들의 어법을 익혔다"는 그는 "촬영 현장에 엑스트라로 출연한 고등학생들과 공감의 폭을 넓히고, 영화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했다. 영화 '두사부일체'는 비록 코믹 영화이긴 했지만 당시 사학 비리를 정면으로 비판해 주목받은 바 있다. 야당이 사학법 개정안에 반대해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요즘, '투사부일체'의 풍자가 기대된다. 전편에 이어 '투사부일체' 역시 학교 비리를 건드린다. 교사와 여학생 간의 원조교제를 암시하고, 해당 교사가 이사장의 아들로서 교장의 뺨을 때리는 짓까지 서슴지 않는 장면이 등장한다. 극단적이긴 하지만 얼마전 사학 재단 학교 교장의 22%가 이사장 친인척이라는 조사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그냥 좌충우돌식으로 웃고 떠드는 영화가 아닙니다. 나름대로 주제 의식이 분명하고, 페이소스를 갖고 있는 영화죠. 웃음의 코드 역시 여러가지 입니다. 그래서 10대에서 40대 까지 소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처럼 분석적인 의견을 내놓을 때 그는 영락없이 진중하고, 스스로에게 엄격한모습을 보여왔던 김상중 그대로다. 개인적인 일로 연기에서 멀어졌던 시간이 있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그는 배우로서 고민한다. "지금 내 나이가 연기자로서 선택을 앞둔 나이인 것 같아요. 주인공의 삼촌, 아버지 등을 연기하며 '연기 기술자'가 돼야 할 지, 아니면 배우로서의 가치를 보여주는 역을 고집할지. 연기 기술자라 해도 분명히 가치가 있고 보다 여러 작품에 출연할 수 있는 장점이 있죠. 배우 자존심을 살리겠다고 마음 먹는다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습니다." '선택을 앞둔 나이'라는 표현으로 짐짓 조금이라도 그 선택을 미루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그는 "다행히 난 아주 잘 생기지도, 개성적으로 보이지도 않아서 무채색의 느낌이 난다. 색칠하기에 따라서 바꿀 수 있다는 장점 아닌가"라고 반문한다. 배우를 평가하는 주요 기준중 하나인 '흥행'이 이번에는 잘 됐으면 한다. 비록 속편이긴 하지만 김상중에게는 1편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다행히 정준호, 정웅인, 정운택 등 다른 세 배우와 달리 전편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고 털어놓는다. 얼마 전 올해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과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는 "배우의 이미지는 보는 사람이 만들 수 있지만 무엇보다 배우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무게있는 모습을 파괴하는 것도 참 재미있는 작업이었다"고 영화 촬영 기간을 추억했다. 의외이지만 좀 더 편안한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 김상중이 어떻게 관객에게 기억될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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