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민정부와 디자인정책/봉상균(특별기고)

◎“여론수렴 과정 외면” KIDP<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개편안 문제있다○입법예고 절차 무시 근래들어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져 기업과 일반인들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 문민정부 이전까지는 정부가 산업디자인에 별 관심이 없었으므로 요즘처럼 산업디자인 붐을 일게 한 공은 당연히 현정부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지난주에 강남의 한국종합전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새로 디자인한 상품들을 선보인다기에 둘러보았다. 한마디로 아기자기한 분위기였다. 주지하다시피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나 인력에 있어 절대 열세다. 세계시장에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내수에서도 판로확보가 어려워 애써 만든 우수한 디자인 상품도 사장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따라서 이와 같은 박람회 성격의 행사를 통해 판로를 공동 개척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KIDP)에서도 아마 그러한 의도에서 지난 3년 동안 디자인지도를 받은 업체를 지원하고 나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박람회에 참석한 중소기업 사장들이나 디자인지도위원들도 하나같이 문민정부의 디자인지도사업은 그동안 시행한 여러 가지 중소기업 지원책 중 가장 피부에 와닿고 자랑할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의 애로사항과 정부의 디자인진흥정책을 이야기하다 보니 화제는 자연스럽게 KIDP 조직개편문제로 옮겨갔다. 마침 그날 조간신문에 통상산업부가 KIDP 분리개편문제를 백지화했다는 신문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다. 필자도 KIDP의 여러 행사에 관심을 갖고 참여해오던 터라 KIDP가 동요없이 제업무를 수행하게 되어 무척 잘됐다고 말을 건네었다. 그런데 모인 사람들 중에는 잘된 게 다 무어냐며 벌컥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현재도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이 엄연히 독립법인으로 존재하는데 무슨 단일화냐는 것이다. 게다가 어떤 이는 통산부가 KIDP를 분리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그대로 밀고나갈 것이라고 했다. 통산부는 금년 봄부터 산업디자인 진흥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온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을 진흥원·연구원·교육원으로 분할·확대하려고 시도했으며 지난 7월에 확정된 세계화추진위원회의 안까지도 무시하고 말았다. 이에 산·학계가 예산은 늘리지 않고 조직만을 확대하면 필연적으로 인력과다에 예산 낭비로 이어져 결국 디자인진흥에 써야 할 사업비만 줄어든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두달 사이에 여러차례 수정안을 내놓았다. 이제는 최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도대체 법을 개정하려는 것인지조차 헷갈리게 되었다. ○직원들 사기저하 우려 특히 이번 일은 공청회나 설문 등 여론수렴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그동안 산업디자인계뿐 아니라 소비자보호단체, 기업 그리고 언론 등에서 극심하게 반대하는 불씨를 제공했다. 통산부는 산업디자인포장진흥법 개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추이에 따라 그때그때 애매하게 개정안을 수정하면서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의 분리·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입법예고나 경제차관회의도 거치지 않고 언론에는 「개발원 개정안 백지화」라는 기사로 기만까지 하고 있다. 한두 사람의 엉뚱하고 끈질긴 고집 때문에 우리나라의 산업디자인 진흥은 올봄부터 지금까지 많은 차질을 빚으며 산업디자인과 교수, 공인산업디자인 전문회사, 그리고 이와 연계된 수만개 중소기업들이 유형무형의 피해를 입었다. 개정안이 여러 차례 수정되는 동안에도 10월말에 KIDP는 안토니오 가우디 전시회와 디자인박람회를 연이어 개최했다. 남들이 일년에 몇번 치르기 힘든 전시행사를 연 이틀에 걸쳐 해낸 것이다. ○공청회·설문 거쳐야 그러나 이들이 이 두가지 행사를 묵묵히 초인적으로 치러낸 것은 참을성이 있어서만은 아니라고 본다. 그속에 어떤 분노가 숨어 있는지, 또 그것이 언제 어떻게 밖으로 표출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상황을 좋아할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의 경쟁국인 대만과 싱가포르 같은 나라밖에 없다. 통산부의 일관성없는 무원칙한 법개정으로 어렵게 일구어놓은 산업디자인 진흥이 후퇴하고 고부가가치 상품개발의 실패로 대선진국 수출 감소는 물론 경공업제품의 수출비중이 줄어들고 중소기업이 고통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산·학계의 반대는 물론 세계화추진위원회의 안과도 다르고 협의도 생략한 채 정부 내 다른 부처와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무리한 법개정은 결국 대통령의 경쟁력 높이기 운동과도 상치된다. 이제라도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안을 마련, 산업디자인 진흥에 박차를 가하는게 현명하다. 잘못되었다고 생각될 때 이를 과감히 수정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생각한다.<서울비쥬얼디자인 비엔날레협의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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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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