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고향을 지키는 기업

월마트 본사는 미국 중서부 아칸소주의 소도시 벤턴빌에 위치해 있다. 세계 최대 기업의 본사가 인구 5만명이 채 안되는 작은 도시에 있다는 사실에 많은 사람들이 놀랄 것이다. 더구나 월마트는 지난 62년 창업 이래 한번도 본사를 이전한 적이 없다. 본사 건물 또한 지어질 당시와 비교해 외양은 물론 내부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이 소박하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월마트 본사를 `홈오피스(Home Office)`라고 부른다. 월마트가 한 개의 매장으로 출발한 창업 당시부터 전세계 10개국에 5,000개에 육박하는 매장을 갖춘 오늘까지 본사가 뉴욕이나 워싱턴 같은 대도시에 있지 않아서 회사의 발전과 성장에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오히려 월마트에 납품하는 수많은 크고 작은 협력업체들이 벤턴빌을 찾게 만들었다. 그래서 벤턴빌은 납품업체를 뜻하는 영어 `벤더(vendor)`를 빌어 `벤더빌(Vendorville)`이라고도 불릴 정도다. 한가한 농촌 도시였던 벤턴빌과 주변의 파예트빌ㆍ로저스 등이 월마트의 성장과 함께 발전했다. 도시 전체가 활력이 넘치게 됐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그만큼 높아졌다. 인근의 노스아칸소공항은 월마트 본사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위한 항공편이 수없이 뜨고 내리며 미국의 유명 호텔 체인과 레스토랑, 렌터카 업체가 성업 중이다. 아칸소주 또한 365일 이곳을 찾는 월마트 직원들과 협력업체 사람들을 통해 전세계로 알려지고 있다. 벤턴빌이 누리는 월마트 효과는 이 외에도 많다. 92년 창업자인 샘 월튼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유산을 기금으로 한 샘 월튼 가족재단이 설립됐다. 그리고 생전의 그의 뜻을 기려 지역주민과 월마트 직원들을 위한 각종 장학ㆍ문화사업에 기부가 이뤄졌다. 아칸소대학에는 샘 월튼 경영대학원이 생겼으며 그의 동생 이름을 딴 버드 월튼 실내체육관이 캠퍼스 내에 들어섰다. 또한 3개의 공연장을 갖춘 월튼아트센터가 지어져 클래식 공연에서부터 오페라, 브로드웨이 뮤지컬, 예술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예술 공간을 가족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는 이렇게 고향이나 소도시에 본사를 둔 세계적 기업들이 월마트 외에도 많이 있다. 고향을 떠나지 않으면서 창업 초기의 초심을 잃지 않고 발전해온 회사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월마트가 세계 최대의 기업이 된 지금도 현장 중심으로 행동할 수 있는 것 역시 벤턴빌의 초심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월마트는 소도시에 위치했기 때문에 워싱턴 정가와 메이저 언론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오로지 사업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까지도 본사가 서울에 있다. 그것도 강북에서 강남으로 이전한 지 오래다. 교통ㆍ인구문제, 환경오염으로 만신창이가 된 서울에는 오늘도 새 건물을 짓는 망치 소리가 계속 들리고 있다. 국가 자원의 서울 집중 현상, 강남 편중 현상은 지금도 멈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향 찾아가기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다시 말해 기업들이 일사일향(一社一鄕) 운동을 펼치는 것이다. 대구ㆍ부산ㆍ전주ㆍ광주ㆍ춘천, 그리고 제주도로 기업들이 이사를 가고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따라 움직인다. 그 지역에는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고 학교에는 학생들이 많아질 것이다. 시장과 지역사회는 각종 행사로 활기가 넘치는 것은 물론 기업과 거래하는 해외업체들이 수시로 방문하면서 그 지역이 국제적으로 알려질 수도 있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향토기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도 커질 것이다.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을 육성하고 이들을 우선 고용해준다면 굳이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녀야 할 이유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박찬희(월마트코리아 상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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