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시아하원] `옐친탄핵' 부결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대통령에 대한 국가두마(하원)의 탄핵안이 부결되면서 옐친 대통령이 다시 러시아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게 됐다.러시아 국가 두마(하원)는 15일 소연방 해체, 93년 의회해산, 94-96년 체첸전쟁,국방력 약화, 민족대학살 등 5개항의 탄핵안에 대한 투표에 들어갔지만 채택에 필요한3분의 2표(300표)를 얻지 못해 대통령의 탄핵에 실패했다. 이날 표결에 들어가기 전만까지만 하더라도 결과를 선뜻 점치기 어렵게 했던 이번 탄핵안에 대한 표결 결과는 명백한 옐친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으며 반대로 하원으로서는 그만큼 자체 위상을 떨어뜨린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탄핵안 자체가 옐친과 하원 제 1당인 공산당의 대결로 비쳐졌던 만큼공산당과 그 연합 세력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이같은 결과는 공산당에 극력 반대해 온 중도및 민족주의 성향의 의원들이 대거 옐친을 지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옐친은 두마의 탄핵안 심의가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12일, 상·하 양원의 지지를 받고 있던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총리를 전격 해임하면서 총리 해임과 탄핵안 자체가 「크렘린과 공산당과의 한판 승부」라는 인상을 강력히 부각시켰다. 옐친은 이와 함께 친 크렘린계로 분류되는 세르게이 스테파신 제1부총리 겸 내무장관을 총리로 전격 지명, 하원에 인준을 요구함으로써 여차하면 하원을 해산할 것이라는 무언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하원이 총리 지명자를 3차례에 걸쳐 거부할 경우 대통령은 하원을 해산시킬 수 있다는 헌법조항을 십분 이용했다. 따라서 하원의 이번 탄핵안 부결로 옐친과 크렘린측은 총리 지명자 인준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된 것이 확실하다. 옐친은 이미 자신의 가족은 물론 보리스 베레조프스키 전 독립국가연합(CIS) 사무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 니콜라이 악쇼넨코 철도 장관을 제1부총리로 임명, 하원이 스테파쉰 총리지명자를 거부할 경우, 악쇼넨코를 총리로 지명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탄핵안 부결로 러시아 정국이 당장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즉 탄핵에 필요한 표를 얻은 조항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탄핵안 5개항 모두가 재적의원(450) 절반 이상의 찬성을 얻은 점을 감안하면 옐친과 신정부는 앞으로 하원을 상대로 여전히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국가 디폴트(지불불능)를 방지하고 경제회생의 초석으로 평가되는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차관을 얻기 위해 당장 IMF와 약속한 각종 법안에 대해 하원으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옐친과 신 정부는 이번 결과로 급한 불은 껐지만 정작 필요한 국가디폴트 예방 및 경제부흥을 위해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원이 다시 그의 발목을 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늘려있어 보인다. /문주용 기자 JYMO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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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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