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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자리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연신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로 번쩍였다. 다음달 5일까지 열리는 '문화 샤넬전' 개최 행사가 열린 까닭이다. 로버트 스타브리데스 샤넬 코리아 사장을 비롯해 국내외 유명 배우와 스타 등 700여명이 자리를 빛냈다. 이곳에서는 샤넬의 창업자이자 디자이너 가브리엘 샤넬 여사에게 창작 영감을 불어넣은 장소를 주제로 샤넬의 대표 패션·향수·서적 등 500여점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샤넬의 브랜드 역사와 가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샤넬은 100여년 동안 이어온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무대로 한국의 DDP를 선택했다. 개관 1년도 채 되지 않은 이곳을 선택한 데는 한국인뿐 아니라 중국인 등 아시아 관광객이 집결해 유동인구가 많다는 입지 조건, 세계적 건축가인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독특한 외관과 예술적 가치가 한몫했다는 평이다.
DDP가 샤넬을 비롯한 해외 명품 브랜드의 홍보 마케팅(PR) 전략기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2일 서울디자인재단에 따르면 DDP는 오는 10월께 스와치그룹의 오메가를 비롯해 불가리·까르띠에·폭스바겐 등의 신제품 발표회와 기획전시를 연말부터 2월까지 차례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4월에는 BMW의 전기자동차 i3 신차발표회가 열렸다. i3를 만드는 독일 내 공장 역시 DDP를 건축한 하디드의 작품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고 기업 홍보와 브랜드에 서린 문화적 가치 전파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적격의 장소라는 판단에서다. 나이키도 4~5월 '나이키 위너 스테이'를 열어 전세계 축구 대표팀 유니폼을 전시하고 신제품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윤대영 DDP 협력 본부장은 "구글 웹 사이트 가상 박물관에 DDP 설계 도면부터 완성까지의 전 과정을 설명해놓았고 해외 유수 오피니언 리더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가 DDP에서 하루 전시에 쏟는 돈은 1,000만~4,000만원선. 현재 전시관 두 곳을 사용 중인 '문화 샤넬전' 하루 대관료는 3,000만원대에 이른다. 단위 면적당 가격은 COEX와 일산 킨텍스보다 약 3배 비싸다. 그럼에도 DDP를 선호하는 것은 브랜드 문화를 팔고 예술적 가치를 이어가고 싶은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 단순히 자사 브랜드를 알리고 외형 성장에만 급급하기보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DDP가 홍보 마케팅 무대로 적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 본부장은 "해외 브랜드의 굵직한 기획전을 개최함으로써 외화 획득에도 일조하고 시설 재투자 등 운영비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토대도 갖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