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 정도전, 이상을 꿈 꾼 불우한 영웅

■ 혁명-광활한 인간 정도전 1~2

김탁환 지음, 민음사 펴냄

■ 정도전을 위한 변명

조유식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권오창 화백이 그린 삼봉 정도전의 표준영정.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삼봉 정도전의 문집 '삼봉집'.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정도전-정몽주 등 대립구도 탈피

함께 구상한 법·제도 얘기 담아


'왕자의 난'때 살해당한 기록 재구성

"만고역적 누명 터무니 없어" 밝혀

혁명은 대개 아름답고 숭고한 이상을 명분으로 삼지만, '혁명은 혁명가와 독재자, 그리고 시민의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처럼 결과는 참혹하기 마련. 국가와 체제가 흔들리는 '개와 늑대의 시간'은 피아의 구분을 무너뜨리고 긴 시간 믿어온 절대적인 신뢰와 가치마저도 잊게 만든다.


"고려, 이 썩어 문드러진 틀을 완전히 뒤바꿀 힘과 법과 철학은 셋이 만든 삼각형 속에 놓여있다. 우리 셋은 안다. 차이는 필연이고 논쟁은 즐거움이다. … 셋 중에 둘, 둘 중에 하나만 남는 길로 가면 혁명은 실패하며, 셋이 경계하고 다투면서도 믿고 의지하여 끝까지 상생하면 혁명은 완성에 가까이 다가가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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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와 조선이 엇갈리던 1392년, 경북 영주에 귀양 중이던 정도전은 3월까지도 이렇게 믿었다. 이 셋은 바로 그와 정몽주, 그리고 이성계. 정치적 입장은 달랐어도 이들의 목표는 모두 "용상의 주인을 갈아치우는 것이 아니라 …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이곳 백성이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과 보름여 정몽주는 정도전과 이성계 측인, 훗날의 태종 이방원에게 살해된다. 그리고 석 달 후 새 나라가 열렸다.

길이 갈린 것은 역성혁명, 왕씨가 아닌 이씨를 왕으로 세우는가 여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리더는 표면상 느리고 우유부단하고, 욕을 먹든 난신적자가 되든 조급해진 수하들이 나선다. 정도전이 죽을 자리로 몰린 것도, 정몽주를 결국 선죽교에서 쓰러지게 한 것도 표면적으로는 이들 셋의 잘못이 아니다. 누군가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으로 풀이하고 '도전과 응전의 연속'으로 보겠지만, 실상 함께 꿈꾸고 믿던 이상에 욕망과 조급함이 뒤엉킨 돌연변이에 지나지 않는다.

60여권으로 기획된 '소설 조선왕조실록' 시리즈 첫 주인공으로 정도전을 선택한 소설가 김탁환은 소설 '혁명'에서 당시의 대립구도를 정몽주-정도전, 이방원-정도전 같이 단선적으로 설명하길 거부한다. 그보다는 이들이 함께 꿈꿔온 새 나라, 특히 정몽주와 정도전이 머리를 맞대고 그려온 법과 제도, 수도와 문화 등을 이야기한다.

소설로는 이미 여러 번 그려진 주제, 이를 다시 쓰는 작가는 정몽주가 죽기까지의 18일간에 집중하면서 조선왕조실록의 편년체와 정도전의 일기체를 끌어와 사실감을 입힌다.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 큰 인기를 끈 '불멸의 이순신' '방각본 살인사건' 등 많은 역사소설들을 선보인 바 있는 그는 여기에 하나 더. 나라를 걱정하고 서로를 아끼며 존경하는 마음이 가득한 그들 사이의 대화와 편지를 끌어온다.

한편 현재 인터넷서점 알라딘 대표이기도 한 조유식 작가의 '정도전을 위한 변명'이 14년여만에 재출간됐다. 당시 '말'지 기자였던 그는 이 책으로 정도전이 재조명 받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은 정도전이 태조 7년 '왕자의 난' 때 살해되는 이야기를 프롤로그로 시작한다. 주로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을 바탕으로 그 날을 재구성하며 '만고역적'의 누명이 터무니없음을 밝힌다. 나아가 시서에 능한 유학자이면서도 군사·병법에 밝았고, 오늘날 토지공개념 수준의 전제개혁안과 노비 해방정책을 내놓을 만큼 민본사상에 기본해 있었다는 점 역시 놓치지 않는다. 반면 이방원이 '충신'으로 복권시킨 정몽주에 대해서는 고려 말 정도전·이성계와 함께 임금을 2번 갈아치운 개혁적 인물이지만 이와 별개로 같은 길을 가기 어렸웠음을 지적한다. '혁명' 각권 1만2,500원, '정도전을 위한 변명' 1만9,000원.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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