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영상사업단이 27억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완성한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구정 특선 영화중 단연 최고의 흥행이 예상되는 화제작이다.「마요네즈」 「화이트 발렌타인」 「연풍연가」등과 함께 한국영화로 구정 연휴에 개봉되는 「쉬리」는 할리우드식 액션영화를 표방하고 국내 영화 평균치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총 80회 촬영, 250신, 1,500컷을 기록하는등 물량적으로는 이미 많은 기록을 깼다. 이 때문에 「쉬리」는 역동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고, 컷의 이어짐이 뛰어난 순발력에 뒷받침되어 있다.
종래 딱총 소리를 내던 총격신은 할리우드 영화를 방불케하는 실감나는 효과음으로 완전히 대체되었고, 짜임새 있는 시나리오로 긴장도를 높였다. 최첨단 무기들을 미국에서 직수입,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해 준 점도 높이 살만하다. 사운드트랙도 뛰어나고 군중이 동원되는 시내 총격신 역시 매우 사실적이다. 특히 라스트신인 남북축구 경기장 장면은 이제까지 한국영화가 저질러왔던 모든 약점을 완전히 날려버린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민감한 소재일 수밖에 없는 남북문제를 다뤄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소화할지가 문제로 남는다는 점이다. 「쉬리」는 북한의 강경파가 남북 화해 무드를 깨기 위해 테러를 자행한다는 것을 기본 플롯으로 삼고 있다.
국가 일급 정보기관 O.P의 특수요원 유중원(한석규)과 그의 동료 이장길(송강호)은 무기밀매상 임봉주의 긴박한 연락을 받고 만나러 나가나 임이 암살되는 현장을 목격한다. 오래전부터 요인들을 암살해오다가 한동안 활동이 뜸했던 북한 첩보원 이방희가 다시 등장한 것.
죽은 임봉주의 배후를 조사하던 유중원과 이장길은 국방과학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액체폭판 CTX가 북한에 노출되었음을 감지한다. 또 CTX를 탈취하려는 범인이 북한 특수부대의 최고 실력자 박무영(최민식)임을 알아낸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긴박한 액션이 넘쳐나고, 그 배경에는 유중원과 애인 이명현(김유진)의 러브스토리가 부드럽고 감미롭게 깔려진다. 물론 어느 것 하나 이유 없는 만남은 없다. 한석규와 신예 김유진이 연출하는 러브스토리는 액션영화에 걸맞지 않게 지나치게 나사가 풀린 점이 아쉽다. 두 사람의 관계가 영화의 핵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또 한석규, 김유진, 송강호의 미흡한 내면 연기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액션영화라고 해서 뛰고 달리는 연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주인공들의 표정, 몸짓, 말투가 순간순간 긴장을 높이거나 줄여야 하는데, 강제규 감독이나 배우들이 영화의 특징을 한쪽만 이해한 것 같다.
때문에 북한 특수부대원 역을 맡은 최민식의 연기가 더욱 돋보인다. 최민식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고, 액션영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했다. 「쉬리」에서 가장 멋있는 배우는 최민식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듯하다.
서울 22개관등 전국에서 13일 동시에 개봉된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