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 주요 내구성 소비재의 소비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중소업계와 지방공단 등에는 여전히 '찬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공단의 가동률은 아직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조선ㆍ화학 분야의 울산공단과 수출을 위주로 하는 전자ㆍ전기 부문의 중소기업들에는 서서히 훈풍이 불어오고 있다.
◇'한겨울'속의 중소업계
내수 위주의 기업들은 극도의 매출부진에 빠지면서 공장가동률이 뚝 떨어진 반면 수출 위주의 기업들은 환율상승을 바탕으로 매출이 증가하면서 바닥은 벗어났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산업단지인 반월ㆍ시화공단은 여전히 냉기류다.
반월공단의 지난달 가동률은 79.1%, 생산액은 1조3,711억원. 지난 12월과 비교하면 각각 2.4%포인트 1,000억원 가량 감소했다. 시화공단도 마찬가지. 가동률은 전월대비 1.7%포인트 떨어졌고 생산액도 6%나 내려갔다.
문제는 이 같은 하락세가 가속화한다는 것. 지난해 12월 중 공장가동률은 반월 0.7%포인트, 시화는 0.2%포인트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온수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A사는 올들어 수주액이 거의 끊긴 상태.
이모 사장은 "이에 따라 공장가동률도 50%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공장이 돌아가는 것은 지난해 수주가 있었기 때문이다.
기계업종도 '한겨울'이다. 공작기계협회의 한 관계자는 "설비투자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해 지난달 수주액은 지난해보다 30% 이상 줄었다"고 말했다.
◇회복기미 보이는 수출기업
수출기업들은 가동률과 매출이 상승하는 등 회복기미가 뚜렷하다. 특히 환율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1,200원대 이상을 계속 유지하면서 업체마다 생산을 늘리고 있다. 전자ㆍ전기부품업체들은 올해 매출액을 대부분 10% 이상으로 늘려잡고 있다.
기라정보통신은 "수출주문이 크게 늘어 해외수주액만으로 올해 생산물량을 100% 채웠다"고 밝혔다. 또 에어컨용 부품을 생산하는 청송도 해외수주가 15% 정도 늘어나면서 생산직 인력을 늘리기로 했다.
박병찬 전자조합 이사는 "회원사들의 대부분이 올해 수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최근 2~3년간의 신규시장 개척노력이 올들어 결실을 맺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얼어붙은 지방경기
대우자동차 사태로 인천 남동공단의 가동률은 지난해 말보다 2%포인트 떨어진 78%에 그치고 있다. 경남지역도 마찬가지다.
경남통계사무소는 "실업ㆍ산업생산ㆍ어음부도율 등의 각종 경제지표 중 실업률만 3.2%로 전국 평균(3.6%)에 그칠 뿐 나머지는 전국 평균(0.63%ㆍ6.4%)에도 못 미치는 1.01%, 3.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울산공단의 조선업종은 호황세다. 현대중공업은 활발한 물량수주에 힘입어 지난해와 비슷한 58척의 선박을 건조하고 있다.
현대미포조선도 올해 24척을 수주해놓고 있다. 이는 지난 3년간 건조한 16척보다 많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 경기회복의 싹이 트고 있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 그렇다고 외환위기 때처럼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며 "연초 비수기를 넘기면 보다 확실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부 성장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