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北 핵실험 강행] 북한 노림수는

"對美 협상카드·내부 결속용"

북한이 핵실험을 예고한 지 불과 6일 만에 실험을 강행하고 핵 보유국이 됐다. 북한이 체재 전복의 위험까지 무릅쓰고 핵실험을 단행함에 따라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 핵실험의 목적을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이끌어내는 동시에 체제 안정을 위한 내부 결속용이라고 분석했다. ◇북미관계 정상화 협상카드=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장 큰 이유는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함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북한의 위조화폐 제조 혐의를 문제 삼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계좌를 동결했다. 북한은 이에 항의하며 6자 회담 중단을 선언, 북핵 문제가 공전을 거듭했다. 북한은 미국이 먼저 금융제재를 풀지 않으면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은 위조지폐 문제는 미국의 국내법에 적용돼 금융제재를 풀어줄 수 없다며 팽팽하게 맞섰다. 더욱이 북한은 지난 7월 미사일을 시험 발사, 6자 회담이 유명무실해지며 북핵 위기가 고조됐다. 미국이 북한의 정상적인 해외계좌마저 압박하면서 북한의 강경 대응을 초래했다. 결국 북한은 핵과 금융제재 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는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 연료봉 인출 등의 ‘행동’을 보였지만 미국의 입장변화가 없자 마지막 카드인 핵실험을 내민 것이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 계획을 발표한 후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살폈지만 금융제재 해제에 대한 대답이 없고 미국이 오히려 강력한 제재를 알리는 상황에서 핵 보유국으로 협상에 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내부 기강 단속 포석=북한 핵실험은 미국과 국제사회를 향한 대외 선포용 외에 내부 결속을 다지고 기강을 잡으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실험을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10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 단행한 것도 눈에 띈다. 북한은 현재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로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올 여름에는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당해 체제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동시에 북한 군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미국 등 국제사회에 대한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주문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군부마저 동요하는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핵실험을 단행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이 의도했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민들의 결속을 다질 수는 있겠지만 남한과 중국마저 등을 돌리게 되는 자충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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