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산동의`e편한 세상` 주민들은 무더운 여름 날씨가 짜증스럽지만은 않다. 산골짜기를 축소시켜 옮겨 놓은 듯한 쌈지공원의 시원한 물줄기가 더위를 씻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파트 단지 외부조경이 공간 활용을 극대화 하는 차원을 넘어 이제는 자연과 하나로 어우러진 생태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조경이 아파트 선택의 주요 포인트로 부각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쏟는 애정도 각별해 졌다. 새로운 공법도 속속 개발되고 덩달아 건축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생태` 아파트 봇물 =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는 조경에 `생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생태 조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려 여유 있는 휴식과 정서를 안정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콘크리트 옹벽을 자연석으로 바꾸거나 실개천과 생태 연못 등을 배치하는 것이 전형적인 생태 조경. 생태 연못에는 미나리, 갈대, 수련 등을 심어 오염물질을 정화하도록 했다.
자연 상태의 실개천을 최대한 활용한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LG양주자이`는 인근 산에서 흐르는 개천을 있는 그대로 살려 입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주차장을 전면 지하화해 지상 녹지 공간을 최대로 늘린 것은 아파트 조경의 기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넓어진 녹지에는 공원, 연못 등 입주자의 쾌적한 생활과 밀접한 시설을 대거 설치한다.
지상주차장을 없앤 단지는 지상 위에 또 다른 인공지반을 만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지상 주차장을 전면 지하화 하려면 자재비가 많이 들지만 입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분양이 끝난 신정동 동일하이빌을 비롯해 방학동 대상타운현대, 휘경동의 주공, 성수동 롯데캐슬파크, 돈암동의 이수브라운스톤 등 서울지역 7~8개 단지가 지상 주차장이 없다.
◇`한국형 아파트`에서 출발 = 건설업체들이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 형식적으로 나무를 심는 데서 벗어나 조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직후부터다. 경기 불황의 파고를 넘기 위한 방안으로 경쟁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건물 외부로 눈을 돌린 것이 계기.
조경 테마로 처음 등장한 것은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등의`전통사상`이다. 대형업체를 필두로 전통 사상을 현대적으로 해석, 한국인의 체질에 맞도록 단지 배치에 도입한 아파트를 내놓기 시작한 것. 한국형 아파트는 명당에 살고 싶어하는 심리와 맞아떨어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자 태양ㆍ소음인 등 사상체질에 맞도록 조경수를 배치한 `사상의학` 아파트와 `건-곰-감-리` 등 4괘를 주제로 한 `태극` 아파트 가 등장하기도 등장 하기도 했다.
이어 건강을 테마로 한 아파트가 등장, 지난해 붐이 절정을 이뤘다. 지압 보도와 인라인 스케이트장, 피트니스 센터 등 각종 체력단련 시설을 집중적으로 배치한 것이 건강아파트의 특징이다.
◇조경 공사비, 수직 상승 = 조경이 중요한 분양전략으로 떠오르면서 건설업체들이 조경에 사용하는 투자비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조경 공사비가 평당 15만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50만원 선을 넘는 곳이 나오고 시설물 등도 고급화하고 있다. 한 그루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나무를 조경수로 심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조경 공사비는 90년대까지 1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50억원을 넘는 단지도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체 공사비에서 조경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1%대에 불과했지만 현재 평균 2%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단지는 5%를 넘어서고 있다.
쌍용건설의 김원기 조경팀장은 “아파트 조경은 이제 단순히 눈으로 보는 대상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면서 즐기는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라며 “앞으로 자연을 그대로 살리는 생태 조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조경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문병도기자 d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