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실속없는 GDP 대비 R&D 투자비중 세계 1위

우리나라가 지난해 59조여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다고 한다. 세계 6위다. R&D 전담 연구원도 32만여명으로 6위권에 든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율은 4.15%로 2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실속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부가가치가 높은 원천·핵심기술 개발 실적이 저조한데다 잔챙이들마저 바로 사업화할 수 있을 정도로 완숙된 게 많지 않다. R&D 과제의 잠재력·부가가치보다는 목표달성 여부, 논문 게재를 중시한 탓에 재탕 삼탕 연구, '안전빵' 연구가 판을 친 결과다. 지난 5년간 정부 R&D에 74조원이라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25개 출연연구원 보유특허의 활용률은 33.5%에 불과하다. 지난해 기술이전수입(843억원)이 연구비의 3.9%에 그쳐 R&D 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1을 밑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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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후된 R&D 생산성은 혈세 낭비에 그치지 않고 특허권 사용료 등 기술무역수지 적자를 키운다. 수출을 많이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연간 기술무역적자는 57억달러를 넘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1,000달러어치를 수출하면 447달러가량이 해외로 빠져나가 부가가치 유출률이 미국·독일·일본 평균의 2배를 웃돈다.

정부 R&D 사업의 생산성 제고는 발등의 불이다. 정부도 성실실패인정제도를 도입하고 특정 기업이 특허를 독점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로 하는 등 기술이전·사업화 활성화에 애쓰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시설·하드웨어 투자비중을 낮추고 R&D 과제의 참신성·창의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심사체계와 투자집행 방식을 전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 쓸모있는 연구 결과물이 쏟아져나오도록 과제선정 단계부터 기업 참여도 높이는 등 시스템 전반을 시장친화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시장을 잘 모르는 공무원과 연구자들에게 정부 R&D 사업을 내맡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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