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보화] 21C 은행경쟁력 정보기술에 달렸다

누가 먼저 우수한 인공두뇌를 확보, 사이버공간을 점령하느냐가 21세기 승패를 좌우할 관건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각 은행 최고사령관들이 직접 나서 사이버 전사들을 챙기며 독전(督戰)하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따라 방방곡곡에 지점을 깔아두고 돈장사를 하던 「문어발 경영시대」는 막을 내리고 있다. 이제는 정보기술이 은행원들의 잡일을 대신할 때다. 은행들에게 정보기술 투자는 선택이 아니다. 21세기 생존을 위한 필수과정이다. 주요 은행들의 정보화 노력과 시스템산업 동향 등을 특집으로 꾸며본다. /편집자주 『앞으로 3년안에 우수한 정보기술(IT·INFORMATION TECHNOLOGY)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느냐 여부가 21세기 벽두의 은행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김진만(金振晩) 한빛은행장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말이다. 한빛은행은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통합출범 이래 첫 「대규모 작전」을 치렸다. 추석연휴 기간중 벌어진 이 작전에는 400여명의 특공대가 투입돼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절대절명의 작전을 수행했다. 작전명은 「신경망 통합」. 다름아닌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신경(전산)망을 하나로 묶는 프로젝트였다. 작전이 끝나 단일 신경망이 가동된 27일에야 원명수(元明秀) 전산정보본부장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러나 元본부장의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21세기 은행경영에 필요한 신 시스템을 갖출 채비를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시스템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만능 요술장치」가 되어야 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96년부터 한국통신과 공동으로 「버추얼(VIRTUAL) 뱅킹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은행측은 인터넷을 이용한 이 시스템이 확산되면 전체 은행 거래의 25%에 달하는 「창구거래」가 2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만큼 창구직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비용절감의 효과가 큰 셈이다. 창구직원은 보다 가치있는 일을 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최근 한솔CSN과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업에 진출했다. 하나은행 고객은 한솔CSN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매한 대금을 본인계좌에서 편리하게 직접 결제할 수 있다. 하나은행 뿐 아니라 대다수 은행들이 전자상거래 시장에 진출, 경쟁을 달구고 있다. 이제 은행의 본업은 수신과 여신 뿐 아니다. 업종간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증권과 보험, 유통에 이르기까지 사업 다각화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업 다각화의 핵심에는 정보기술이 있다. 온갖 신사업을 담아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제휴사와 데이터를 발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마련되어야만 새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 국내 은행들이 정보기술을 대거 도입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70년대 후반. 본지점간 온라인망을 설치, 80년대 후반에 대부분 완료했다. 그러나 사람의 힘을 덜기 위해 시작된 정보화가 이제는 「디지털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역으로 정보기술이 마케팅을 선도하는 「디지털 마케팅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은행들은 80년대까지는 본점과 지점간의 신경망을 잇는데 급급했지만, 90년대 들어 홈뱅킹과 펌뱅킹 등 대(對)고객 정보망을 구축하는데 노력해왔다. 그리고 21세기를 목전에 둔 지금, 인터넷 뱅킹을 아우르는 신 시스템 개발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신과 여신 등 계정계 시스템은 물론 경영자원을 이 곳에 총집결시켜 조직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신경망은 고객에게도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지점에 갈 필요 없이 안방에 앉아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은행들의 신 시스템 도입열풍은 시스템산업에 곧바로 영향을 미쳐 관련업계가 특수(特需)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IBM이나 휴렛팩커드, 오라클, SAP 같은 초대형업체부터 국내 벤처기업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시장쟁탈전에 참여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은행도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장치산업이며, 앞으로는 정보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디지털 혁명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은행만이 선진국 은행과 맞서 싸울 수 있다』고 말한다. 정보기기에 온갖 정보를 담고 이를 「돈장사」의 원천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이 21세기형 은행이라는 주장이다. 은행이 보험업에 진출하는 방카슈랑스(BANCASSURANCE)나 소매금융(리테일 뱅킹) 확대를 위해서는 수십만에 달하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분석, 이들에게 가입 금융상품을 설계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앞으로 세계 모든 은행들의 전략은 고객을 잘 분석해 이들 특성에 맞춰 상품을 개발하는데 모아질 것입니다. 수십만명에 이르는 고객의 수입과 재산상황, 성향 등을 분석하려면 IT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지요. 그래서 IT기술이 승부의 관건으로 부각되는 겁니다』 원명수 한빛은행 전산정보본부장의 말이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의 전산투자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 미국의 경우 전산투자비가 총경비의 17%에 이르고 있으며 일본도 10~1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 은행들의 전산경비는 평균 7% 수준에 불과하다. 대다수 은행들이 겉으로는 「정보시스템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돈이 없다』며 투자에는 인색한게 현실. 더구나 아직도 IT를 경영의 보조수단으로 인식하는 경영진이 대부분이다. 은행들이 신 시스템 도입에 앞서 군침을 흘리는 것이 인터넷 시장이다. 인터넷 뱅킹은 지난 95년 10월 미국의 SENB가 처음으로 도입했다. 미국의 경우 올 2월말 현재 625개 은행이 인터넷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이용자 수는 지난 5월 현재 430만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중 5.3%가 금융거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인터넷 뱅킹 이용자는 오는 2002년까지 1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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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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