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29일 차병원의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계획을 조건부 승인함에 따라 지난 2006년 ‘황우석 사태’ 이후 중단된 관련 연구가 3년 만에 재개된다. 이는 미국과 영국ㆍ일본 등 경쟁국에 뒤처지고 있다는 위기감과 국내에서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명분이 약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년 만에 재개되는 연구=차병원의 연구 내용은 3년에 걸쳐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를 확립하는 것이다. 연구책임자인 정형민 박사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불임시술 후 냉동보관돼 있는 난자 500개와 질이 나빠 수정에 쓰일 수 없는 난자 300개를 이용해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정 박사는 이미 임신과 출산이 이뤄져서 더 이상 필요가 없는 냉동 잉여난자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받아 연구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우선 1개의 배아줄기세포주가 만들어지면 연구를 일단 중지하고 추가 난자 사용에 대해서는 생명윤리위의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
체세포복제배아를 만드는 과정은 난자의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복제할 체세포의 핵을 끼운 후 배아로 키운 후 배아줄기세포를 얻는 것이다.
정 박사는 “아직 인간 체세포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만든 나라는 없지만 바로 전단계인 복제 배아를 만드는 데까지는 5∼6곳의 연구소에서 성공했다”면서 “이르면 1년 안에 체세포복제를 통한 배아줄기세포를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척수손상이나 당뇨병ㆍ파킨슨병ㆍ심근경색증 등 치료제 개발에 우선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는 ‘제자리걸음’, 선진국은 ‘적극 지원’=미국과 일본 등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적극 지원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사실상 멈췄다.
그동안 일부 연구 성과가 있었지만 기존 ‘체세포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환자에게서 추출한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하는 과정이 없어지고 핵이식된 수정란을 배반포기배아 단계까지 배양하는 과정은 생략된 채 이뤄졌다.
물론 이 같은 연구성과도 높이 평가받을 수 있지만 연구자들의 의지에 비해 우리나라의 국가적 지원은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든 350억여원에 그쳤다.
반면 미국과 영국ㆍ일본 등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나아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연방 재정을 제한하는 부시 행정부의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선언한 후부터 이미 배아줄기세포 분야 연구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