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무슨?"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015년 인천에서 열리는 프레지던츠컵 명예대회장을 맡으면서 '골프 금지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청와대 수석과 참모진이 보인 한결같은 반응이다. 일주일 내내 격무에 매달려야 하는 청와대 참모진에게 골프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오후 청와대에서 2015 프레지던츠컵 대회 관계자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골프산업이 새로운 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그러길 바란다. 앞으로 많은 조언을 해달라"며 "필요한 것은 인천시에 말하면 잘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에 대해 공무원 사회에서는 "골프 금지령이 해제되는 신호탄 아니냐"는 기대 섞인 해석도 나왔지만 청와대 참모진은 "희망사항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실제 5일 오전 김기춘 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골프' 단어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프레지던츠컵 명예대회장을 맡는 것과 고위공무원이 골프를 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청와대 참모진이 골프를 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과연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골프 코스에 나갈 수 있겠는가"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청와대 수석과 참모들은 '골프를 치라'고 해도 골프를 칠 시간이 없다. 토요일·일요일에도 수석비서관회의에 꼬박 참석해야 하고 소관 국정현안을 챙겨 박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75세의 김 실장이 하루도 쉬지 않고 꼿꼿하게 청와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힘들다"고 푸념하기도 힘들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골프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며 "청와대 체육시설을 찾아 짧은 시간이나마 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참모 중에는 오전6시에 집을 나와 오후10시에 들어가는 '하숙생'들도 많다. 항상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청와대 참모들은 점심 식사를 한 후 10분 정도 토막잠을 자는 것이 작은 행복이라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 중에는 "건강에 자신이 없어졌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비타민이나 인삼을 복용하는 직원들이 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