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문화조달

물레와 베틀이 노래가사에서나 귀에 익을 뿐 이제는 잊어버린 세대가 더 많다. 우리 할머니와 어머니들이 늦은 저녁까지 베를 짤 때 쓰던 베틀의 북을 나는 책상에 두고 명함꽂이나 필통으로 사용하고 있고 옛날 선비들이 편지꽂이로 쓰던 고비대신에 머리빗같이 촘촘한 대나무로 만든 바디를 벽에 걸어두고 있다. 비단을 짤 때 쓰던 앙증스런 대추나무 북을 선물로 주면서 베틀 이야기를 곁들이면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신기해하고 고마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나의 이야기를 들은 후배는 요즈음은 그런 것을 구하기도 힘들고 다른 기념품이 마땅치않아 김과 인삼제품을 많이 준비해 가노라고 했다. 맙소사! 그런 상품은 교포친척에는 적합할지 모르겠지만 외국인들을 감동시키기에는 어림없는 일이다. 나는 외국의 유명박물관을 갈 때마다 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전시관보다는 문화상품을 팔고 있는 아트숍(ART SHOP)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에 붙은 지하쇼핑몰인 카루젤 그루브르의 화려한 조명 아래 펼쳐놓은 각종 문화상품과 이를 사러온 관광객들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오줌싸는 아기동상을 상품화시킨 브뤼셀의 인형이라든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 카탈로그를 만들어 전세계에 배포하는 문화상품들은 21세기 문화전쟁의 무기들이다. 조달청도 금년부터 본격적으로 문화조달을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물놀이기구인 북과 꽹과리 등 인간문화재 상품은 물론 오른 손목이 잘려나간 3급장애인 명장이 만든 목기, 서울대 L교수가 이끄는 대학생벤처네트워크가 개발중인 종이거북선, 그리고 백제대향로와 돌하루방을 문화상품으로 개발한 제품 등 600여개 전통공예품이 쇄도했다. 이러한 문화상품을 조달품목으로 지정해 국내외 공공기관의 행사상품이나 선물용 또는 교육·홍보용으로 500억원상당의 구매를 지원할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가업을 전수해 외길로 살아온 인간문화재와 명장들이 존경받는 시대가 되어야 오천년을 이어온 우리의 찬란한 전통문화가 더욱 자랑스럽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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