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증권사 vs 은행

“한국이야 여전히 은행이 최고 아닙니까.”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이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선진국은 증권사가 은행을 자회사로 둘 만큼 시장주도권을 보유한 반면, 한국은 반대 상황임을 표현한 얘기다. “고객들의 인식도 선진국에서는 자산관리, 기업자금마련 상담에서 증권사를 선호하지만 한국은 일단 은행부터 찾는다”는 얘기도 나왔다. 금융시장 통합 과정에서 은행과의 생존경쟁이 불가피한 증권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사와 은행간 기(氣)싸움의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까이는 월급이체통장시장을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대표적인 예다. 증권사의 CMA계좌가 히트를 치자 고객을 빼앗길까 우려한 일부 은행들은 CMA의 단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자료까지 배포하는 ‘흠집 내기’ 방법으로 이에 맞서기도 했다. 은행으로서는 그럴 수 있는 대처 방안이었겠지만 증권 업계는 ‘더티플레이’라고 은행권의 행태를 비난한다. 은행 계열 소속 증권사 직원들의 은행권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자주 드러난다. 만남 자리에서 얘기가 깊어지다 보면 어김없이 “은행계 지주사를 시어머니로 둔 탓에 전략적 선택이나 의사 결정 과정에 애로 사항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은행계 지주사에 편입된 증권사들이 과거 명성을 회복하기는커녕 업계 영향력이 중하위권으로 밀려난 점이 이를 반영하는 사례라고도 지적한다. 일부 증권사들의 최고경영자(CEO)에 은행 출신 임원들이 영입된 점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기대되는 바 없지는 않지만 “그래봤자 은행맨이 증권 업계를 얼마나 알겠느냐”는 자조 섞인 하소연도 적잖이 들린다. 이런 불만과 불신이 쌓이면 금융의 벽이 허물어지는 추세에서 은행은 물론 증권 업계에도 득이 될 게 없다. 증권사와 은행간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상대에 대한 신뢰 기반 구축과 공정경쟁 원칙이 좀더 확보돼야 상생이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품 안으로 끌어들인 ‘자식(?)’이 있는 곳이라면 직원들의 불만을 소화하고 다독여 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아량도 필요해 보인다. 금융 허브라는 큰 목표를 이루고 밀려드는 해외 선진자본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는 더욱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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