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물질의 감축과 핵테러 방지를 위해 열리는 서울 핵안보정상회의가 10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6~27일 열리는 이 회의는 단군 이래 최대 국제행사로 53개국의 정상 54명(유럽연합(EU) 2명)과 4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다. 이들 나라의 국내총생산(GDP)를 모두 더하면 세계 GDP의 95%가 넘는다.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의 세 배 규모에 달한다.
글로벌 위기상황에서 G20이 위기의 돌파구를 찾았다면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핵으로부터의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합의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는 워싱턴 1차 회의 코뮤니케(공동합의문)의 원칙을 견지하며 보다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결과를 도출 할 예정이다.
안보 이슈와 함께 이 회의가 주목되는 것은 정상회의를 전후해 20여 차례 이상(최대 25명)의 정상 간 양자회의가 열리며 안보 플러스 경제의 목표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개막 이틀 전인 24일 몽고온딤바 알리벤 가봉 대통령을 시작으로 릴레이 정상 간 양자회담을 갖는다. 이어 한반도 주변 4강 정상들과도 연이어 정상회담을 열어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회담은 최근 탈북자ㆍ이어도 등의 문제들이 불거진 상황에서 가장 이목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측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상 개시 등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지만 우리 측은 한중 FTA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재선 캠페인을 진행 중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양자회담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방한 기간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것도 우리 측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기 중 마지막 국제행사에 참석하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도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는 한ㆍ터키 FTA와 원전 등에 대해 논의하고 포괄적경제협력(CEPA)를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의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과는 협상 개시 선언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FTA 8년 성과와 함께 새로운 협력관계를 제의하고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무함마드 아부다비 왕세자와는 원전ㆍ유전 협력 등을 논의한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의 또 다른 관심사는 이번 정상회의가 북핵 문제 해결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기대다. 핵안보정상회의는 기본적으로 특정 국가의 핵 비확산 문제를 다루지는 않는 만큼 북핵 문제는 의제가 아니다.
하지만 핵무기에 대한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한반도에서 정상회의가 열리고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모이는 만큼 북핵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북미 간 접촉 등으로 6자회담 재개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북핵 논의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북한ㆍ이란 핵 문제가 주 의제는 아니지만 몇몇 나라가 성명서를 낸다거나 발언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아울러 회의에서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등 핵물질 사용의 최소화를 논의하는 것 자체로 북한에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