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몬스터 볼

사랑과 인연…그리고 두려움11년째 사형수 남편 로렌스(퍼프 대디)를 뒷바라지하는 레티샤(할 베리). 아버지를 닮아 그림 그리는 데 소질이 있는 아들은 초콜릿에 중독돼 지나치게 살이 쪄 있다. 마침내 사형 집행일이 오고 로렌스는 전기의자에 앉아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로렌스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레티샤는 웨이트리스로 생계를 유지하며 아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한편 흑백 차별주의자 아버지 버크(피터 보일)의 대를 이어 사형집행관으로 일하고 있는 행크(빌리 보브 손튼)는 같이 교도관으로 일하는 아들 소니(히스 레저)의 여린 성격이 못마땅하다. 로렌스의 사형 집행 후 아버지 행크에게 꾸지람을 들은 소니는 갑작스럽게 집 거실에서 "전 언제나 아버질 사랑했어"라는 말만 남겨놓고 권총으로 자살한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몬스터 볼'(Monster's Ball)은 주연 배우 할 베리에게 흑인 최초로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관심을 모은다. '몬스터 볼'은 남편과 아들을 잃고 세상의 모든 희망을 빼앗긴 여자가 극단적인 상황에서 남편의 사형집행관을 만나 그로 인해 두 사람의 삶이 변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레티샤는 자신의 슬픔을 위로해준 남자가 바로 남편의 사형을 집행한 사람임을 영화 끝에 가서 알지만, 그 분노와 충격은 인간이 원초적으로 지니고 있는 외로움과 사랑 받고 싶어하는 절대욕구에 미치지 못한다. 이제 레티샤는 행크를 미워하며 살아가는 삶보다는 행크 없는 삶이 더 두려울 뿐인 것이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느리고 조용하다. 영화속에 잠깐 등장하는 대낮의 아지랑이처럼 천천히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 속에 순간순간 갑자기 빨라지는 호흡이나 충격적인 장면, 짧고 굵은 효과음이 섞여 있어 각각 약함과 격렬함, 느림과 빠름을 강조하며 리듬감을 가진다. 감독은 데뷔작 '에브리씽 풋 투게더'로 2000년 선댄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던 마크 포스터다. 제목 '몬스터 볼'은 영국에서 사형수에게 집행 전날 열어준다는 파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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