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기미를 보이던 경제가 유가와 물가라는 복병을 만나 먹구름이 짙어지 고 있다. 한국은행은 국제유가가 2ㆍ4분기에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 이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나 금융시장불안 등의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철근 등 국제원자재 부족사태도 장기화하고 있고 유가까지 고공비행할 경우 회복기미를 보이던 우리경제는 다시 힘든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 소비자물가가 앙등한 것은 국제유가의 파장이 국민생활로 연결되고 있다는 전조다. 실업난과 신용불량자에 이어 물가까지 들먹일 경우 가계의 구매력은 더 떨어져 내수는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다행스레 수출이 튼튼히 버티고 있지만 원가부담요인이 자꾸 커 지고 원화환율도 계속 떨어져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와 그에 따른 성 장둔화도 우려된다.
◇서민생활 날로 곤궁해져=지난 달 소비자 물가상승의 주요인은 대학등록금과 중고생 학원비 등 교육비와 고속도로 통행료를 비롯한 개인 및 공공서비스요금이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육류, 채소 등 농축수산물 상승도 물 가에 부담을 줬다. 모두 서민생활과 직결된 분야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항 목만으로 엮여진 생활물가지수는 전월대비 1.6%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0%)을 크게 웃돌았다.
전망은 더 어둡다. 3월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아직 유가충격이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통상적으로 원유가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영 향을 미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3~4개월.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할 경우 2ㆍ4분기 이후 물가 전망은 극히 암울하다. 유가가 배럴당 연간 1달러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0.15% 상승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부는 할당관세나 석유 수입부과금 조정, 유류 관련 내국세의 탄력세율 적용 등의 수단은 물론 5,600억원 규모의 유가 완충자금 등을 확보하고 있 지만 코끼리 비스킷 격이다. 유가상승이 소비자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임금 과 원가압박요인이 커지고, 그러면 경제는 더욱 꼬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다.
◇기업들도 채산성 악화 우려=올 1ㆍ4분기 평균 원유도입단가(두바이산 기 준)는 배럴당 29.4달러였다. 지난해 평균인 26.8달러보다 매우 비싸다. 30달러는 물론 40달러선을 내다보는 전망도 있다. 유가나 원자재 가격상승은 기업체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진다. 유가 상승분의 상당부분을 떠 안을경우 수익구조가 악화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제품 값을 올리기도 어려운처지다. 내수가 워낙 부진한 탓이다.
국내외 전문가의 유가전망은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하반기부터는 하향안정될 수 있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격이 현재 수준에서 안 정되는 경우도 안심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로 수요가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블랙 홀’ 중국의 원자재확보가 계속되고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투자의욕감퇴를 낳고 이는 경기회복을 더디게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에도 영향 커질 듯=유일한 성장엔진인 수출도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 된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지금과 같이 빠르게 떨어질 경우 수출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약화돼 경상수지 악화가 우려된다. 환율은 지난달 12일 1,180.80원까지 오른 후 급락세로 돌아서 1,140원대까지 떨어졌다. 정 부가 환율 방어의지를 표명하고 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환율시장 개입 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데다 일본 중앙은행이 엔화방어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 같은 강도높은 개입은 어려울 전망이다. 1,1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스태그플레이션 올까=가장 우려되는 점은 성장은 둔화되고 물가는 앙등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다. 요즘 추세로만 보면 초입단계로도 해석된다. 국 내물가가 오르는 가운데 원유가격에 좌우되는 수입물가까지 오르면 임금상 승압력이 강해지고 결국의 기업의 생산코스트상승, 가격오름세, 소비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정부는 이를 막기 위 해 다각적인 에너지절약시책과 물가안정대책을 펼치고 있으나 효과는 미지 수다. 유가나 원자재 가격, 환율은 통제할 수 없는 대외변수이기 때문이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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