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말바꾸기 금융정책' 시장불신 증폭

'말바꾸기 금융정책' 시장불신 증폭정부, 대우CP 손실분 책임전가 투신사들은 자산관리공사가 투신이 보유한 대우계열사 발행 기업어음(CP)을 전액 매입하면서도 손실분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정부정책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앞으로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게 됐다』면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을 강력히 비판하고 나서 이번 사태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은 이번 방침이 시장안정에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말 바꾸기를 거듭하는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증폭되면서 금융권의 대출기피 등의 현상이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우계열사 담보CP 지원은 정부의 강압이었다=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지난 7월 대우 담보CP를 추가로 인수한 것은 정부의 정책을 믿고 시행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정부 관계자를 만났던 투신권 관계자는 『김우중(金宇中) 대우 회장의 보유주식을 담보로 대우 계열사 CP를 지원하면 정부가 손실분을 보전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대우에 자금지원을 할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이미 대우사태로 많은 손실을 본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회유와 강권이 없었다면 대우CP를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은 불보듯 뻔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피해자는 투신=대우 담보CP를 가장 많이 인수한 곳은 투신이다. 총발행물량 3조9,182억원 가운데 2조3,000억원을 지원했기 때문이다. 투신사별로는 삼성투신이 5,343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한국투신(3,007억원), 현대투신(2,961억원), 제일투신(2,836억원), 주은투신(2,424억원), 대한투신(1,445억원) 등의 순이다. 이밖의 다른 투신사들도 적게는 100억원부터 많게는 900억원까지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 투신사들은 아직 자산관리공사의 매입가격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20%이상의 추가손실을 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투신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지만 은행과 보험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은행은 1조5,996억원을 추가로 지원했고 보험사는 186억원을 지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은행은 추가로 발행된 CP자금이 상당액이 대우의 당좌결제대금으로 유입돼 당시 자금난을 해소하는 등 적지않은 이득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질 대로 커졌다=대부분의 투신사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투와 대투를 제외한 다른 투신사들은 정부가 강권해 지원토록 해 놓고 이제와 손실을 전가하려 한다면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한투와 대투는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담보CP에 대한 손실분을 반영해 손실분을 어느정도 보전할 수 있을지 모르나 다른 투신사들은 손실분의 전액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투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지원으로 인한 손실분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해 놓고 이제와서 업계가 책임지라고 한 것은 말도 안된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손실분을 보전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원여부의 당위성을 떠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여 정상적인 금융거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불신의 강도가 높아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부재는 시장의 안정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결정은 관치금융과 정부의 말바꾸기의 구태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제는 속을만큼 속아 정부의 정책을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진갑기자GO@SED.CO.KR 입력시간 2000/06/09 18:3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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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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