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팀이 기적 같은 '월드컵 8강의 꿈'을 달성한 이튿날인 19일에도 국민들은 흥분의 여파를 채 식히지 못한 채 '감동의 또 하루'를 보내야만 했다.이날 직장인들은 '축구 보셨습니까'로 아침인사를 대신하거나 '대~한민국' '한국팀 8강 파이팅'등 응원구호를 주고 받는 등 간밤의 흥분이 가시지 않는 듯 상기된 표정으로 이야기 꽃을 피웠다.
또 아침 일찍 등교한 학생들도 지난밤 도심 길거리응원에서 느낀 감동을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 했으며, 각 인터넷 사이트에도 축구 이야기로 도배되는 등 전국이 '월드컵 여진'이 휩싸였다.
◆출근인사도 '대~한민국'
이날 아침 회사원 정지원(35)씨는 회사에 출근하자 마자 먼저 온 동료부터 아침인사를 받았다. 인사말은 다름아닌 '대~한민국'. 정씨는 흠칫 놀랐지만 "오~ 필승 코리아'로 재치 있게 맞장구를 쳤다.
국내 한 증권사에 근무하고 있는 임정희(30)씨도 이날 하루 만큼은 업무시간이 '쏜살같이'흘러갔다고 연신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일과시간 인데도 불구하고 동료들과 간밤의 '120분간 드라마' 얘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임씨는 "한국팀의 연이은 선전으로 아침 출근발걸음이 가볍고 축구얘기를 하다 보면 동료뿐만 아니라 상사들과도 하나되는 친밀감까지 느낀다"며 "4강전도 승리해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증후군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고희연(17ㆍ여) 양은 이날 오전 내내 가슴이 벌렁거려서 도무지 공부가 되지 않았다. 지난밤 서울시청 응원에 갔다가 느낀 감동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양은 "어젯밤에 생애 처음으로 느낀 거대한 흥분이 오늘까지도 이어져 마음이 붕 떠 있다"며 "이제는 월드컵과 축구얘기만 들어도 흥분이 되고 이 같은 현상은 친구들도 마찬가지"라며 '월드컵 증후군'을 토로(?)했다.
직장에서도 흥분과 함께 응원피로로 인해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날 서울시청 주변 인터넷회사에 다니는 김모(29)씨는 "어젯밤 경기 내내 시내 전광판 앞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을 해 목이 완전히 잠겨버렸다"며 "흥분이 아직도 가시지 않아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이버공간도 흥분
8강신화의 감격은 온라인에서도 식을 줄 몰랐다.
프리챌 게시판의 최현주씨는 새벽에 글을 올려 "밤새 재방송 보고 지금은 뉴스를 봅니다. 세상에 다시없을 그런 감동입니다. 이제 출근할 시간인데.다같이 휴가가면 안될까요"라고 아쉬움을 달랬다.
또 증권사이트 팍스넷의 게시판에서 '두목'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22일 4강전에서 만날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22일 깨뜨릴 비책은 다름아닌 거북선을 출동 시키는 것"이라며 우스개를 소리를 올려놓는 등 하루종일 축구관련 얘기들이 인터넷을 후끈 달궜다.
특히 CNN닷컴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탈리아 선수 퇴장의 정당성 여부를 놓고 투표를 벌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수 만명의 국내 네티즌들이 몰려들어 '정당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영일기자
김문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