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마왕이라는 별명의 사내

제1보(1~20)



대국 장소인 부산 농심호텔을 목적지로 하여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던 날 농심배 관전기자인 손종수가 강동윤에게 물었다. 몇승을 거둘 작정이냐고. 그러자 강동윤은 웃으며 말했다. "속옷은 6일분을 가지고 왔어요." 6연승을 예정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부산에서는 딱 6판이 열린다. 부산 회전을 싹쓸이한다는 뜻이었다. 그만큼 강동윤은 자심감에 차있었다. 하네 나오키를 꺾어서 4연승. 목표에 성큼 다가섰다. 다음 상대는 중국의 치우쥔8단. 1982년생이며 중국랭킹 4위에서 6위를 넘나드는 강자로 타이틀 획득 수효도 5개에 이른다. 한국식으로 읽으면 구준(邱峻)이다. 놀랍게도 또 흑번이 나왔다. 5회나 계속 흑으로 두게 되다니. 이것도 신기록이다. "전에 치우쥔의 대국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요. 지독한 집중력으로 자기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상대를 괴롭힙니다. 초인적인 내공이 엿보이는데 마치 조치훈을 보는 것 같았어요. 그의 별명이 왜 마왕인지 실감이 나더군요."(온소진) 온소진4단은 오늘 타이젬의 생중게 해설을 맡았다. 과연 치우쥔은 이 바둑에서도 서반에 시간을 많이 썼다. 백8로 멀찍이서 걸쳐간 것이 치우쥔의 서반 취향이었다. 보통은 참고도1의 백1로 걸쳐가는 것이며 그것이면 최근 유행형인 흑2 이하 10까지가 예상되는데 치우쥔은 그것을 마다하고 새 취향을 선보인 것이다. 잠깐 생각하던 강동윤은 흑9로 참았다.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12는 백의 주문이라고 판단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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