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0월 9일] 글로벌 유동성 안정화 하려면

국제금융시장에 대형 허리케인이 휘몰아치고 있다. 경제예측이나 합리적인 경제이론은 뒷전으로 물러서고 각국의 금융기관들은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처럼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는 것은 국제금융시장을 덮친 허리케인의 한가운데에 글로벌 유동성경색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사태부터 시작해 리먼브러더스사 파산, 그리고 수많은 금융기관의 구제성 인수합병 등 일련의 사태를 볼 때 만약 미국이 세계 제1의 기축통화인 미달러화의 발행국이 아니었다면 미국은 벌써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 들어갔을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 금융기관들에는 다행스럽게도 미달러화를 제한 없이 공급할 수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있으며 FRB는 이처럼 심각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금융기관에 엄청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선진 9개국 중앙은행에도 6,200억달러의 스와프 퍼실리티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위기상황을 바라보면서 지난 1997년 한국이 겪었던 IMF위기를 돌이켜 본다. 한국은 수십 년간 미국과 IMF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본시장 자유화, 상품 및 금융시장 개방화 등 국제화정책을 적극 추진해왔으며 그 결과 외환위기를 겪게 됐다. 물론 한국 기업이나 은행들의 부실경영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만약 그때 한국 금융기관들이 단기 외화차입금을 리볼빙할 수만 있었다면, 즉 지금 미국의 금융기관들처럼 미달러화를 대규모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면 그때의 위기를 보다 수월하게 극복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국제통화체제에서 금본위제도가 무너진 이후 미달러화는 국제결제자금ㆍ가치저장수단ㆍ국제투자자금 등으로 활용되면서 세계 제1의 기축통화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전세계가 미달러화를 사용함으로써 미국은 매년 엄청난 규모의 “글로벌 시니어리지" 효과를 누리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이익을 향유하고 있는 미국은 반대급부로 주변국들(periphery countries)이 일시적으로 미달러화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를 지원해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처럼 이들 국가들의 단기유동성 사정이 자국 내 문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국이라는 외생변수에 따른 국제적 유동성경색에 의해 악화됐을 경우에는 미국의 지원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다시 말하면 국제거래에서 미달러화가 독점적 지위를 향유하는 대신 FRB가 글로벌 국제 유동성경색에 대해 충실히 대처하는 게 미달러화 중심의 국제통화체제에 부합되는 일이다. ECB도 세계 제2의 기축통화인 유로화를 발행하는 은행으로 다른 나라들이 원한다면 스와프 퍼실리티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일본은행도 가세한다면 미달러화와 유로화 그리고 엔화가 경쟁관계를 형성해 주변국들이 스와프 퍼실리티를 쉽게 이용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다자간에 스와프 퍼실리티를 사용함에 따라 기축통화 발행국들의 스와프 퍼실리티 운용이 복잡해진다면 기축통화국들이 IMF에 특별출연해 단기유동성을 공급하고 IMF가 엄격한 기준과 조건 하에 따라 이를 운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겠다. 다만 유의할 점은 지금과 같이 특정국가에만 스와프 퍼실리티를 이용하게 함으로써 그 나라 금융기관들만 혜택을 받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욱이 자금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선진국 금융기관만 혜택을 받고 신용도가 낮아 자금조달이 어려운 이머징 국가 금융기관들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전세계가 하나가 되는 금융의 국제화에 역행하는 처사가 될 것이다. 여기서 제안한 내용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점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축통화 발행국인 미국, 유로지역, 그리고 일본이 유사시 주변국들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것은 이들이 기축통화를 발행함으로써 누리는 이익에 걸맞은 당연한 의무라고 여겨진다. 아무쪼록 이 제안이 보다 광범위한 의견을 토론의 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됐으면 하며 나아가 국제공조체제가 빠른 시일 내에 실현됨으로써 국제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을 되찾기를 고대한다. * 이 글은 한국은행의 공식 견해가 아니며, 필자 개인의 의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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